장인성 배달의민족 CBO*는 직업인으로서 여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배민 특유의 키치한 브랜딩을 선보인 25년 차 마케터, 베스트셀러 <마케터의 일> 저자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력서에 적히지 않는 별명도 있다. 바로 ‘소비 덕후’. 단지 다양한 브랜드를 구매하기 때문에 붙은 수식어가 아니다. 생필품 하나를 사더라도 갖가지 요소를 고민하고, 구매 경험이 주는 행복감을 기록할 정도로 소비에 진심이기 때문. 최근엔 ‘사는(buy) 이야기가 곧 사는(live) 이야기’란 주제로 자신의 소비 덕질을 엮어낸 산문집 <사는 이유>를 출간하기도 했다.
*CBO: Chief Brand Officer
“자본주의를 혐오하는 마케터는 직업을 잘못 선택한거다.” 그가 농담삼아 건넨 이 말에서 직업적으로도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소비할 때 얻은 영감이 곧 기발한 마케팅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마케터라면 소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자본주의 체제를 싫어해선 안된다는 뜻.
그렇다면 이 25년 차 마케터는 어떻게 소비 경험을 본업의 필살기로 연결시킬까? 장인성 마케터에게 직접 물었다.
장인성 배달의민족 CBO
브랜더쿠. 마케터에게 다양한 소비 경험은 왜 필요할까?
장인성 마케터. 마케팅은 우리 브랜드를 소비하도록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인데, 잘 설득하려면 구매 직전까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때 연구 대상을 ‘자신’으로 정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 같은 소비자라면 어떻게 할까?’를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복잡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소비할 때마다 왜 이 브랜드를 선택했는지 톺아보면 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서 카페에 방문했다면 그 매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복기하는 식이다. 고가의 커피 머신을 사용하거나, 숙련된 바리스타들이 일하거나, 자체 로스팅을 고수하는 등 여러 요소가 있을 거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야만 이같은 구매 요인들을 체감할 수 있다. 소비에 무관심한 마케터들은 이런 과정없이 고객 니즈를 피상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특정 제품군 내에서 다양하게 소비하는 경험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아메리카노 구매 상황에 비춰보자. 매번 저가형 테이크아웃 전문점만 가는 마케터라면 접근성과 가격 외에 손님들이 고려할 점들을 파악하기 어려울 거다. 소비를 궁금해하지 않는 마케터가 타인에게 소비를 설득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일 장인성 마케터는 그동안의 소비 경험을 엮어낸 산문집 <사는 이유>를 출간했다.
개인적인 경험보다 다수의 통계 데이터가 마케팅 의사결정에 더 유용하지 않을까?
물론 방대한 데이터가 요구되는 의사결정도 있다. 하지만 감각과 기획력이 필요한 부분에선 개인적인 소비 경험을 레퍼런스 삼아야 한다. 강남역 12번 출구 앞에 도시락 매장을 차린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유동인구의 연령대, 상권 내 유사 매장의 수 및 평균 매출 등의 통계를 살펴야 한다. 반면에 메뉴 구성, 매장의 키(key) 컬러 등을 정할 땐 자신이 고객으로서 만족했던 매장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방금 다녀온 카페의 주문 코너만 봐도 그렇다.(그림 1 참조) 메뉴판을 정독하고 직원분에게 문의하려는데 키오스크로 주문해 달라고 요청받았다. 그치만 메뉴판에 눈길이 갔다는 건 애초에 세팅이 잘못된 거다. 키오스크 코너임에도 종이 메뉴판이 더 잘 보이고, 비대면 주문해달라는 안내문의 폰트 크기조차 안 보일 정도로 작다. 결국 문의하려던 손님은 당황할 수밖에 없고, 한 명씩 응대하다 보면 직원분의 업무 효율성 역시 저해된다. 이런 디테일한 문제는 통계 데이터를 본다고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 속 레퍼런스들을 떠올리며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그림 1. 인터뷰 당시 장인성 마케터가 지목한 카페의 주문 코너
소비 과정에서 마케팅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 비결이 있다면?
그 소비가 왜 좋았는지 계속 질문하며 파고들어야 한다. 단순히 ‘오 좋은데?’ 생각하고 끝내선 안 된다. 만족한 이유에 대해 꼬리 질문을 던지는 거다. 이 과정 속에서 그 경험이 좋았던 복합적인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끝까지 파고 들면서 더 좋은 것을 기획해야 한다는 마케터의 직업관과도 일맥상통하다.
머릿 속에 쌓아놓은 인상적인 소비 경험과 그 이유들은 마케터의 필살기가 된다. 마케팅은 세상에 없던 완전히 창의적인 것을 내놓는 전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가 아닌 유에서 유, 즉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차용해도 획기적인 마케팅을 구현할 수 있다.
레퍼런스를 활용한 '유에서 유' 기획으로 성공한 마케팅이 있는지 궁금하다.
배달의민족에서 2015년부터 진행한 ‘배민 신춘문예’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짧은 시 공모전으로, 트위터에서 배달의민족 광고 카피를 활용한 드립이 공유되는 모습을 보고 구상했다. 유망한 신인 작가들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는 글짓기 대회 신춘문예처럼 전개하고 싶었다. 서점에서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보면 눈길이 가듯, 트위터의 드립 장인들도 참여하고 싶은 콘셉트일 거라고 판단했다.
배민 신춘문예 1, 2회 포스터
치킨 1년치(365마리)를 상품으로 걸고 진행한 결과, 첫 해에만 1만 7000여 개 작품이 접수됐다. 지난해 기준 누적 응모작 105만 개를 달성하며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커:보니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오늘도 커피” 등 여러 재치있는 시를 양산했다. 해당 문장들을 카피로 재가공한 배달의민족 옥외광고 및 캠페인 영상 역시 긍정적인 반향을 이끌었다.
신춘문예를 참고하지 않았다면 뻔한 일회성 참여 이벤트가 됐을수도 있다. SNS 게시물에 댓글을 달면 아이스크림 20% 할인 쿠폰으로 보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시적인 바이럴은 됐겠지만 브랜딩 차원에선 이롭지 않은 활동이다.
배민 신춘문예 우수상 당선작
'배민 신춘문예' 같은 활동을 기획하려면 종사하는 업계 이외에 소비로도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조건 새로운 업계도 소비해야 한다. 동종 업계에서만 소비하면 레퍼런스는 곧 경쟁사들로만 한정되는데 이는 마케터에게 유용하지 않다. 일단 경쟁사의 활동이 우리 브랜드에도 어울릴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잘 참고한다 해도 모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안에서 비슷한 마케팅이 만연한 이유가 브랜드들이 그런 방식을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시장 내 브랜드들의 마케팅 활동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는 일도 다반사다. 동종 업계에서 레퍼런스를 찾을 땐 ‘저렇게 안하겠다’라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누군가는 간단한 이벤트조차 새로울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을 주목시키려면 ‘이런 것도 있네?’라는 인식이 들도록 이벤트를 설계해야 한다. 경쟁사와 비슷하게 진행하면 참여율을 확보할 순 있어도 소비자에겐 무난한 브랜드로 기억될 것이다. 남다른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선 레퍼런스도 이질적인 분야에서 가져와야 한다. 마케터가 다양한 분야의 소비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소비에서 받은 영감을 팀원들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각자의 영감을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실제 배달의민족에는 ‘맨머리 회의’ 제도가 있다. 주최자만 간략하게 프로젝트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생각을 내놓는다. 자료 준비 없이 일단 수다 떨듯 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 의견이든 거리낌없이 말하다 보면 새로운 발상이 이뤄질 때가 많다.
배달의민족 맨머리 회의 현장
환경이 갖춰졌다면 이제는 영감을 공유할 차례! 이때는 소비 경험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그 경험이 왜 좋았는지 부연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논리적으로 말하려는 부담감부터 떨쳐내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가볍게 툭 꺼낸 후, 우리 프로젝트에 차용할 부분이 있을 때 팀원들과 대화를 이어가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팝업스토어 기획 회의 당시, “콘서트를 갔는데 대기 번호표에 아티스트의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어서 행복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콘서트에 입장하기 전부터 아티스트와 대화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며 추가 설명했고, 팀원들과 팝업 현장에서 이를 활용할 여지가 없는지 의견을 주고 받았다.
각자의 경험 없이 검색해서 나온 자료만 갖고 회의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회의 분위기가 재미 없는 건 둘째 치고, 바쁜 와중에 검색하다보면 동종업계의 자료 위주로 찾게 된다. 경쟁사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자료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새로울 수가 없다.
<사는 이유> 산문집에는 소비를 통해 인생의 일부분이 달라진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이처럼 마케터가 브랜드를 누군가의 인생에 스며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에게 스며들지부터 명확히 정해야 한다. 목표 고객이 분명하지 않은 브랜드는 존속하기 어려운 시대다. 물론 브랜드 운영자 입장에선 구체적으로 타깃팅하는 것이 더 많은 대중과 만날 기회를 없애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타깃팅한다고 해서 목표 고객만 유입되는 건 아니다. 해당 고객들과 유사하거나 그들을 닮고 싶어하는 소비층이 몰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타깃을 구체화한다는 건 목표 고객이 선호할 만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서 다른 이들에게도 소구한다는 뜻이다.
한편 타깃팅에 소홀한 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대중이 몰린 채널만 공략하는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허허벌판에서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나 들으세요”가 아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을 준비했으니 들어보시겠어요?”라고 외쳐야 한다.
Coming Soon📢 장인성 마케터에게 영감을 준 브랜드들의 이야기도 브랜더쿠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
에디터 이한규│사진출처 북스톤·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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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보이: 잘 섞으면 브랜드가 된다! | 홍성태: 브랜딩의 첫 단추, 컨셉팅이란? | 전우성: 니즈란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
장인성 배달의민족 CBO
브랜더쿠. 마케터에게 다양한 소비 경험은 왜 필요할까?
장인성 마케터. 마케팅은 우리 브랜드를 소비하도록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인데, 잘 설득하려면 구매 직전까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때 연구 대상을 ‘자신’으로 정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 같은 소비자라면 어떻게 할까?’를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복잡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소비할 때마다 왜 이 브랜드를 선택했는지 톺아보면 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서 카페에 방문했다면 그 매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복기하는 식이다. 고가의 커피 머신을 사용하거나, 숙련된 바리스타들이 일하거나, 자체 로스팅을 고수하는 등 여러 요소가 있을 거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야만 이같은 구매 요인들을 체감할 수 있다. 소비에 무관심한 마케터들은 이런 과정없이 고객 니즈를 피상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특정 제품군 내에서 다양하게 소비하는 경험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아메리카노 구매 상황에 비춰보자. 매번 저가형 테이크아웃 전문점만 가는 마케터라면 접근성과 가격 외에 손님들이 고려할 점들을 파악하기 어려울 거다. 소비를 궁금해하지 않는 마케터가 타인에게 소비를 설득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일 장인성 마케터는 그동안의 소비 경험을 엮어낸 산문집 <사는 이유>를 출간했다.
개인적인 경험보다 다수의 통계 데이터가 마케팅 의사결정에 더 유용하지 않을까?
물론 방대한 데이터가 요구되는 의사결정도 있다. 하지만 감각과 기획력이 필요한 부분에선 개인적인 소비 경험을 레퍼런스 삼아야 한다. 강남역 12번 출구 앞에 도시락 매장을 차린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유동인구의 연령대, 상권 내 유사 매장의 수 및 평균 매출 등의 통계를 살펴야 한다. 반면에 메뉴 구성, 매장의 키(key) 컬러 등을 정할 땐 자신이 고객으로서 만족했던 매장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방금 다녀온 카페의 주문 코너만 봐도 그렇다.(그림 1 참조) 메뉴판을 정독하고 직원분에게 문의하려는데 키오스크로 주문해 달라고 요청받았다. 그치만 메뉴판에 눈길이 갔다는 건 애초에 세팅이 잘못된 거다. 키오스크 코너임에도 종이 메뉴판이 더 잘 보이고, 비대면 주문해달라는 안내문의 폰트 크기조차 안 보일 정도로 작다. 결국 문의하려던 손님은 당황할 수밖에 없고, 한 명씩 응대하다 보면 직원분의 업무 효율성 역시 저해된다. 이런 디테일한 문제는 통계 데이터를 본다고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 속 레퍼런스들을 떠올리며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그림 1. 인터뷰 당시 장인성 마케터가 지목한 카페의 주문 코너
소비 과정에서 마케팅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 비결이 있다면?
그 소비가 왜 좋았는지 계속 질문하며 파고들어야 한다. 단순히 ‘오 좋은데?’ 생각하고 끝내선 안 된다. 만족한 이유에 대해 꼬리 질문을 던지는 거다. 이 과정 속에서 그 경험이 좋았던 복합적인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끝까지 파고 들면서 더 좋은 것을 기획해야 한다는 마케터의 직업관과도 일맥상통하다.
머릿 속에 쌓아놓은 인상적인 소비 경험과 그 이유들은 마케터의 필살기가 된다. 마케팅은 세상에 없던 완전히 창의적인 것을 내놓는 전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가 아닌 유에서 유, 즉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차용해도 획기적인 마케팅을 구현할 수 있다.
레퍼런스를 활용한 '유에서 유' 기획으로 성공한 마케팅이 있는지 궁금하다.
배달의민족에서 2015년부터 진행한 ‘배민 신춘문예’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짧은 시 공모전으로, 트위터에서 배달의민족 광고 카피를 활용한 드립이 공유되는 모습을 보고 구상했다. 유망한 신인 작가들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는 글짓기 대회 신춘문예처럼 전개하고 싶었다. 서점에서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보면 눈길이 가듯, 트위터의 드립 장인들도 참여하고 싶은 콘셉트일 거라고 판단했다.
배민 신춘문예 1, 2회 포스터
치킨 1년치(365마리)를 상품으로 걸고 진행한 결과, 첫 해에만 1만 7000여 개 작품이 접수됐다. 지난해 기준 누적 응모작 105만 개를 달성하며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커:보니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오늘도 커피” 등 여러 재치있는 시를 양산했다. 해당 문장들을 카피로 재가공한 배달의민족 옥외광고 및 캠페인 영상 역시 긍정적인 반향을 이끌었다.
신춘문예를 참고하지 않았다면 뻔한 일회성 참여 이벤트가 됐을수도 있다. SNS 게시물에 댓글을 달면 아이스크림 20% 할인 쿠폰으로 보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시적인 바이럴은 됐겠지만 브랜딩 차원에선 이롭지 않은 활동이다.
배민 신춘문예 우수상 당선작
'배민 신춘문예' 같은 활동을 기획하려면 종사하는 업계 이외에 소비로도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조건 새로운 업계도 소비해야 한다. 동종 업계에서만 소비하면 레퍼런스는 곧 경쟁사들로만 한정되는데 이는 마케터에게 유용하지 않다. 일단 경쟁사의 활동이 우리 브랜드에도 어울릴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잘 참고한다 해도 모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안에서 비슷한 마케팅이 만연한 이유가 브랜드들이 그런 방식을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시장 내 브랜드들의 마케팅 활동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는 일도 다반사다. 동종 업계에서 레퍼런스를 찾을 땐 ‘저렇게 안하겠다’라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누군가는 간단한 이벤트조차 새로울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을 주목시키려면 ‘이런 것도 있네?’라는 인식이 들도록 이벤트를 설계해야 한다. 경쟁사와 비슷하게 진행하면 참여율을 확보할 순 있어도 소비자에겐 무난한 브랜드로 기억될 것이다. 남다른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선 레퍼런스도 이질적인 분야에서 가져와야 한다. 마케터가 다양한 분야의 소비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소비에서 받은 영감을 팀원들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각자의 영감을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실제 배달의민족에는 ‘맨머리 회의’ 제도가 있다. 주최자만 간략하게 프로젝트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생각을 내놓는다. 자료 준비 없이 일단 수다 떨듯 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 의견이든 거리낌없이 말하다 보면 새로운 발상이 이뤄질 때가 많다.
배달의민족 맨머리 회의 현장
환경이 갖춰졌다면 이제는 영감을 공유할 차례! 이때는 소비 경험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그 경험이 왜 좋았는지 부연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논리적으로 말하려는 부담감부터 떨쳐내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가볍게 툭 꺼낸 후, 우리 프로젝트에 차용할 부분이 있을 때 팀원들과 대화를 이어가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팝업스토어 기획 회의 당시, “콘서트를 갔는데 대기 번호표에 아티스트의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어서 행복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콘서트에 입장하기 전부터 아티스트와 대화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며 추가 설명했고, 팀원들과 팝업 현장에서 이를 활용할 여지가 없는지 의견을 주고 받았다.
각자의 경험 없이 검색해서 나온 자료만 갖고 회의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회의 분위기가 재미 없는 건 둘째 치고, 바쁜 와중에 검색하다보면 동종업계의 자료 위주로 찾게 된다. 경쟁사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자료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새로울 수가 없다.
<사는 이유> 산문집에는 소비를 통해 인생의 일부분이 달라진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이처럼 마케터가 브랜드를 누군가의 인생에 스며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에게 스며들지부터 명확히 정해야 한다. 목표 고객이 분명하지 않은 브랜드는 존속하기 어려운 시대다. 물론 브랜드 운영자 입장에선 구체적으로 타깃팅하는 것이 더 많은 대중과 만날 기회를 없애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타깃팅한다고 해서 목표 고객만 유입되는 건 아니다. 해당 고객들과 유사하거나 그들을 닮고 싶어하는 소비층이 몰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타깃을 구체화한다는 건 목표 고객이 선호할 만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서 다른 이들에게도 소구한다는 뜻이다.
한편 타깃팅에 소홀한 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대중이 몰린 채널만 공략하는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허허벌판에서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나 들으세요”가 아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을 준비했으니 들어보시겠어요?”라고 외쳐야 한다.
장인성 마케터에게 영감을 준 브랜드들의 이야기도 브랜더쿠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에디터 이한규│사진출처 북스톤·배달의민족
이 글이 좋았다면?
브랜드보이: 잘 섞으면 브랜드가 된다!
홍성태: 브랜딩의 첫 단추, 컨셉팅이란?
전우성: 니즈란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