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침체를 극복한 구찌, 두 번이나 주류 패션계를 떠나 있다가 부흥에 성공한 샤넬 등. 왜 럭셔리 브랜드만 이런 게 가능한 걸까요? 박소현 저자의 <럭셔리 브랜드 인사이트> 시리즈를 통해 '브랜드의 생명력'에 대한 고찰과 아이디어를 얻어보세요.
이번 칼럼에서는 브랜드를 위기에서 건져낸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겐조를 되살린 듀오, 캐롤 임-움베르트 레온 ✔ '생 로랑의 별',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
최근 구매한 혹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옷의 브랜드를 떠올려 보자. 그 브랜드의 인기가 내년에도 유지될까? 아마 단언하기 힘들 것이다. 유행의 흐름은 굉장히 빠르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브랜드나 패션 아이템도 언제까지 인기가 지속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늘 고민한다. 디자인이든 마케팅이든, 새로운 시도를 하며 고객에게 열렬히 구애한다.
가치가 공고해 보이는 럭셔리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가격과 고급스러운 제품에 왠지 구애 행위 따위는 하지 않을 것처럼 콧대 높아 보이지만, 물밑에서 다리를 치열하게 움직이는 백조처럼 고군분투 해왔다.
럭셔리 브랜드는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살아남은 브랜드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에도 위기는 있었다. 대중에게 외면받는 브랜드를 위기에서 건져 올렸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낸 인물들과 그들의 전략을 소개하겠다.
겐조를 되살린 듀오, 캐롤 임-움베르토 레온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루이 비통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마크 제이콥스, 퍼렐 윌리엄스 등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해 왔다. LVMH가 같은 전략으로 부활시킨 브랜드가 또 있다. 바로 일본인 다카다 겐조가 1970년 파리에 세운 패션 브랜드 ‘겐조’다.
겐조는 여성복 전문으로 출발해 젊고 패셔너블한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으나, 2011년 이후 계속해서 매출 하락세에 있었다. 이때 겐조에 영입된 인물이 바로 한국계 교포 캐롤 임(Carol Lim)과 페루계 중국인 움베르토 레온(Humberto Leon)이다. 임과 레온은 ‘오프닝 세레모니’라는 인기 편집샵이자 브랜드의 창업자였다. 2002년 뉴욕의 소호 지역에서 시작한 오프닝 세레모니는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와 협업해 독특하고 트렌드한 제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패션계에 편집숍이라는 개념을 정착시켰다.
캐롤 임과 움베르트 레온.
2012년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임과 레온은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들의 협업은 패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기에 신선했고, 온라인 마케팅에도 접목했기에 파워풀했다. 일례로 가수 케렌 오와 협업해 겐조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아이튠즈에 공개했다. 해당 음악은 1시간 만에 무려 200만 뷰를 기록했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겐조 로고와 K 이니셜을 대담하게 표현하며 호랑이 얼굴, 큰 눈동자, 표범 무늬 등의 파격적이고 이국적인 디자인을 내놨다. 한국은 물론 동양, 아시아를 상징하는 호랑이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지금까지도 겐조의 아이코닉한 심벌로 사랑받고 있다.
2012년 겐조 F/W 패션쇼 일부. 특히 동양적인 호랑이 패턴은 아직까지 겐조의 상징으로 남았다.
임과 레온은 2018년 패션쇼에는 86명의 아시아 모델을 캐스팅하며 이목을 끄는 등 전통적인 패션 하우스의 경향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다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합리적인 가격이면서도 독창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다시금 사랑받기 시작했다.
‘생 로랑의 별’,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케링 그룹은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럭셔리 패션 그룹이다. 구찌, 이브 생로랑, 부쉐론,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 등 저명한 럭셔리 브랜드가 케링 그룹에 자회사로 속해있다.
프란체스카 벨레티니(Francesca Bellettini)는 케링 그룹에 스카우트된 후 경영·전략 전문가로 성공 가도를 달리다 2013년 생로랑 CEO가 된 인물이다. 불어를 한마디도 못 했던 그는 2013년 당시 ‘한물간’ 브랜드 취급을 받았던 생 로랑을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해외 언론은 앞다퉈 그를 뉴욕 타임즈는 그녀를 ‘패션계의 가장 파워풀한 여성’이라 칭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생 로랑의 별’이라고 그를 평하며 주목했다.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벨레티니는 생 로랑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가 생 로랑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이전에 조성한 건 ‘생 로랑은 된다’는 내부 분위기였다. 목표 매출을 단기로 설정해 설정한 기한보다 더 빠르게 목표 매출을 달성해 갔다. 작은 성공을 반복하며 이를 토대로 중장기 성장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 성장 목표 역시 실제로 이뤄내며 한계를 없애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가 닥친 2020년에는 ‘이 위기 이후 누가 더 강해지나 보자’라며 내실을 다지고 여러 결정에 속도를 냈다. 품질 수준을 높이고 공정을 철저히 관리했다. 내부 생산 역량을 높여 디자인 팀에게는 더 많은 시도를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신적 민첩성(mental agility)과 유연성은 여전히 생 로랑의 정신이자 강점이 되고 있다.
벨레티니는 생 로랑 내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크리에이터 디렉터였던 에디 슬리먼이 ‘이브 생 로랑’이었던 브랜드 이름을 ‘생 로랑’으로 바꾸며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펼쳤다. 그리고 벨레티니는 이를 매출로 증명해냈다.
바뀌기 전 입생로랑 로고와 현 생로랑 로고.
현 시점, 생 로랑이 속한 케링 그룹은 위기에 또다시 직면해 있다. 2023년 상반기 LVMH는 미국에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버버리와 프라다는 각각 8%, 6% 가량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케링 그룹은 무려 23%나 매출이 감소했다.
20년 가까이 케링 그룹을 이끌어 온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cois-Henri Pinault) 회장은 2023년 7월, 벨레티니를 케링 그룹의 브랜드 개발을 담당하는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제 케링 그룹 내 모든 럭셔리 브랜드의 CEO는 그에게 보고하고 브랜드를 전개해야 한다. 과연 벨레티니가 공격적인 투자와 정신적인 민첩성으로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추후 주목해 볼 만하다.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 그룹 회장과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럭셔리 브랜드의 이야기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기, 단기 목표 세워 내부 분위기 조성하기 등의 전략은 패션 브랜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구력(球歷)은 ‘공을 다룬 경력, 구기 운동을 한 경력을 이른다’라고 한다. 수많은 변화구를 받아낸 럭셔리 브랜드의 전술을 보며 브랜드 혹은 회사의 생명력을 오랜 기간 이어갈 구력을 체화하길 빈다.
필자 박소현ㅣ 에디터 지희수ㅣ사진 출처 Hypeneast100·Vogue·Kenzo·SAINT LAURENT·Say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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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조를 되살린 듀오, 캐롤 임-움베르트 레온
✔ '생 로랑의 별',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겐조를 되살린 듀오, 캐롤 임-움베르토 레온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루이 비통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마크 제이콥스, 퍼렐 윌리엄스 등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해 왔다. LVMH가 같은 전략으로 부활시킨 브랜드가 또 있다. 바로 일본인 다카다 겐조가 1970년 파리에 세운 패션 브랜드 ‘겐조’다.
겐조는 여성복 전문으로 출발해 젊고 패셔너블한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으나, 2011년 이후 계속해서 매출 하락세에 있었다. 이때 겐조에 영입된 인물이 바로 한국계 교포 캐롤 임(Carol Lim)과 페루계 중국인 움베르토 레온(Humberto Leon)이다. 임과 레온은 ‘오프닝 세레모니’라는 인기 편집샵이자 브랜드의 창업자였다. 2002년 뉴욕의 소호 지역에서 시작한 오프닝 세레모니는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와 협업해 독특하고 트렌드한 제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패션계에 편집숍이라는 개념을 정착시켰다.
캐롤 임과 움베르트 레온.
2012년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임과 레온은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들의 협업은 패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기에 신선했고, 온라인 마케팅에도 접목했기에 파워풀했다. 일례로 가수 케렌 오와 협업해 겐조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아이튠즈에 공개했다. 해당 음악은 1시간 만에 무려 200만 뷰를 기록했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겐조 로고와 K 이니셜을 대담하게 표현하며 호랑이 얼굴, 큰 눈동자, 표범 무늬 등의 파격적이고 이국적인 디자인을 내놨다. 한국은 물론 동양, 아시아를 상징하는 호랑이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지금까지도 겐조의 아이코닉한 심벌로 사랑받고 있다.
2012년 겐조 F/W 패션쇼 일부. 특히 동양적인 호랑이 패턴은 아직까지 겐조의 상징으로 남았다.
임과 레온은 2018년 패션쇼에는 86명의 아시아 모델을 캐스팅하며 이목을 끄는 등 전통적인 패션 하우스의 경향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다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합리적인 가격이면서도 독창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다시금 사랑받기 시작했다.
‘생 로랑의 별’,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케링 그룹은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럭셔리 패션 그룹이다. 구찌, 이브 생로랑, 부쉐론,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 등 저명한 럭셔리 브랜드가 케링 그룹에 자회사로 속해있다.
프란체스카 벨레티니(Francesca Bellettini)는 케링 그룹에 스카우트된 후 경영·전략 전문가로 성공 가도를 달리다 2013년 생로랑 CEO가 된 인물이다. 불어를 한마디도 못 했던 그는 2013년 당시 ‘한물간’ 브랜드 취급을 받았던 생 로랑을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해외 언론은 앞다퉈 그를 뉴욕 타임즈는 그녀를 ‘패션계의 가장 파워풀한 여성’이라 칭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생 로랑의 별’이라고 그를 평하며 주목했다.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벨레티니는 생 로랑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가 생 로랑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이전에 조성한 건 ‘생 로랑은 된다’는 내부 분위기였다. 목표 매출을 단기로 설정해 설정한 기한보다 더 빠르게 목표 매출을 달성해 갔다. 작은 성공을 반복하며 이를 토대로 중장기 성장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 성장 목표 역시 실제로 이뤄내며 한계를 없애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가 닥친 2020년에는 ‘이 위기 이후 누가 더 강해지나 보자’라며 내실을 다지고 여러 결정에 속도를 냈다. 품질 수준을 높이고 공정을 철저히 관리했다. 내부 생산 역량을 높여 디자인 팀에게는 더 많은 시도를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신적 민첩성(mental agility)과 유연성은 여전히 생 로랑의 정신이자 강점이 되고 있다.
벨레티니는 생 로랑 내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크리에이터 디렉터였던 에디 슬리먼이 ‘이브 생 로랑’이었던 브랜드 이름을 ‘생 로랑’으로 바꾸며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펼쳤다. 그리고 벨레티니는 이를 매출로 증명해냈다.
바뀌기 전 입생로랑 로고와 현 생로랑 로고.
현 시점, 생 로랑이 속한 케링 그룹은 위기에 또다시 직면해 있다. 2023년 상반기 LVMH는 미국에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버버리와 프라다는 각각 8%, 6% 가량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케링 그룹은 무려 23%나 매출이 감소했다.
20년 가까이 케링 그룹을 이끌어 온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cois-Henri Pinault) 회장은 2023년 7월, 벨레티니를 케링 그룹의 브랜드 개발을 담당하는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제 케링 그룹 내 모든 럭셔리 브랜드의 CEO는 그에게 보고하고 브랜드를 전개해야 한다. 과연 벨레티니가 공격적인 투자와 정신적인 민첩성으로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추후 주목해 볼 만하다.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 그룹 회장과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럭셔리 브랜드의 이야기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기, 단기 목표 세워 내부 분위기 조성하기 등의 전략은 패션 브랜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구력(球歷)은 ‘공을 다룬 경력, 구기 운동을 한 경력을 이른다’라고 한다. 수많은 변화구를 받아낸 럭셔리 브랜드의 전술을 보며 브랜드 혹은 회사의 생명력을 오랜 기간 이어갈 구력을 체화하길 빈다.
필자 박소현ㅣ 에디터 지희수ㅣ사진 출처 Hypeneast100·Vogue·Kenzo·SAINT LAURENT·Say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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