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과 가격을 자랑하지 않는 이 시계의 남다른 카피

2024-02-28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세이코의 카피 이야기


시계 브랜드의 광고라고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포멧들이 있다. 튼튼한 내구성 또는 우아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초침과 같은 기능을 강조하거나, 명품으로서의 상징성을 알리는 광고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1881년 설립된 일본 시계 브랜드 '세이코'의 광고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이코는 기능이나 가격을 자랑하지 않는다. 유구한 시계로서 모두에게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고, 그 가치있는 시간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전한다.

오늘은 시간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세이코의 남다른 광고를 소개한다.


💬오후 2시.
많은 것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시간만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일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진 당신들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순간이 '다정한 시간'이라면... 그 1분이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1분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웃는 1분이었으면 좋겠다. 그 1초는 자신을 탓하는 1초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1초였으면 좋겠다.

너무 이상적인 얘기일지도 모르지. 평화롭기만 한 얘기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다정한 1분과 1초가 쌓이면 이 세계가 다정함을 조금씩 얻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왜냐하면 시간이라는 건, 당신 그 자체여서.



1881년 설립된 일본의 시계 브랜드 '세이코'가 창립 140주년을 맞이해 2021년 새해에 선보인 광고다. 한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뒷모습과 드리워진 그림자가 벽시계의 오후 2시를 연상시킨다. 가장 밑에는 굵은 글씨로 '다정한 시간'이라는 문구가 다시 한번 눈에 들어온다.

하루 중 가장 따스하고 느긋할 시각인 오후 2시와 감성적인 카피는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어렴풋이 짐작케 한다.


누구나 매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잊어버리기 쉬운 그 메시지를 세이코는 140주년 광고와 함께 되새겨준다.

💡 세이코의 역사
시계와 관련된 최초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1913년 일본에서 최초로 손목시계를 만들었고, 1969년 세계 최초의 상용 쿼츠 손목시계를 양산하기도 했다. 쿼츠 손목시계란 태엽 구동 대신 석영 광물(쿼츠)의 고유 성질을 이용해 전지로 작동하는 전자식 시계다. 쿼츠 손목시계의 등장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손목 시계를 서민들도 부담없이 차도록 만드는 데 일조했다.



위의 광고 2편 역시 '다정한 시간'이라는 주제 아래 동일한 카피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가 나타내는 시각이 구별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른 관점을 견지하게 된다. 농구하는 소년은 오전 10시를, 춤추는 노부부는 오후 4시를 나타낸다. 인생의 싹을 틔우는 어린이 시절을 아침에 빗대고, 인생의 황혼을 석양으로 물드는 늦은 오후로 표현한 것이다.

해당 인쇄 광고들을 통해 시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것, 어찌 보면 너무 흔해서 특별할 것 같지 않았던 이야기가 너무도 분명하게 와닿지 않는가?

💬만들지 않으면서, 시간을 만든다.
세이코에는 시계를 만들지 않는 장소가 있다. 시계를 수리하는 ‘세이코 타임 랩’이다. 그곳에서는 시계를 고칠뿐 아니라 보다 좋은 상태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그리하여 시계가 지나왔던 시간을 되살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신을 소중히 하는 시간. 어제를 돌이켜보며 내일로 나아가는 시간. 즉, 사람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그곳에 있다. 우리들은 ‘만들지 않는 것’으로도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믿고 있다.



위의 광고는 세이코가 선보인 또 다른 카피다. 시계 제조사 입장에선 도발적인 메시지를 내세웠다. "만들지 않으면서 시간을 만든다"는 것.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

우선 일본어로 때 시(時)는 우리말과 유사하게 시간, 시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인 특정한 시기, 세월. 어떠한 기간의 '나날들'까지 포함하는 말로도 폭넓게 쓰인다. 그러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 광고를 다시 보면 새로운 시계를 만들기보단 기존 시계를 고치고 복원해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보존하며, 나아가서는 새로운 시간을 만들도록 돕는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시계를 만들면서 그에 대한 서비스까지 책임지겠다는 사명감이 잘 전달된다. 일본 제조업 특유의 모노즈쿠리 정신이 세이코에도 깃들어 있다는 점을 해당 광고를 통해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시계가 나타내는 우리의 순간을 소중히 하는 것, 또 그 시계를 찬 사람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며 나아가 그 시계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1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이코의 지향점은 흔들림이 없다.

✍때로는 마음에 남은 문장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브랜더쿠는 스쳐 지나가는 광고 속 문장을 수집하는 필자 이해원님과 함께 <한 줄의 카피, 영원한 울림>을 연재합니다. 바다 건너에서 찾아온 글귀가 마음에 닿기를 바랍니다. 



필진 이해원ㅣ에디팅 이한규ㅣ사진 출처 SEI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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