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맥주 덕후들이 '뉴잉'에 주목하는 이유

2024-03-20

맥주 덕후들 사이에서 최근 입소문 난 맥주 종류가 있다. 정답은 뉴잉글랜드 IPA, 짧게 '뉴잉'이라고도 부른다. 뉴잉은 맥주 재료 중에서도 특히 홉에 열광하는 '홉 덕후들'이 미국 북동부에 갔을 때 꼭 마셔봐야 할 맥주로 꼽힌다. 2010년대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뉴잉은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수제맥주 시장의 독보적인 장르가 됐다. 2022년 미국 수제맥주 브랜드 중 매출 성장률 2위를 기록한 뉴벨지움 브루잉의 경우, 전체 매출의 60% 이상(약 630억 원)이 뉴잉 신제품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미국식 페일에일'의 근본이라고 불리는 시에라 네바다 브루잉은 페일에일 매출이 하락하는 기간에 뉴잉 매출액은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뉴잉은 미국식 IPA 스타일에 역행하는 종류로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특색 있는 맛과 비주얼로 다양한 별명까지 지닌 이 맥주! 국내 최초 논알콜 수제맥주 전문 양조장 부족한녀석들을 설립한 황지혜 대표와 함께 뉴잉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봤다.

1) 뉴벨지움 브루잉의 뉴잉, 2) 시에라 네바다 브루잉의 뉴잉



맥주vs주스, 뉴잉의 정체는?

뉴잉은 오렌지, 살구, 망고 주스 같은 탁한 비주얼에 진짜 주스 같은 맛과 걸쭉함이 특징인 맥주다. 탁하게 안개 낀 것 같은 모습 때문에 헤이지(Hazy) IPA, 주스 같은 맛이 난다고 해서 주시(Juicy) IPA라고도 불린다. 강렬한 열대 과일, 감귤류 등의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 입안 가득 채워지는 바디감이 매력적이다. 주스로 비유되지만 생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보다는 오렌지와 망고가 적당히 섞인 맛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스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 단 맛이 센 편은 아니다. 질리지 않고 계속 마시기 편할 정도의 맛이다.


미국식 IPA의 반대파로 등장한 뉴잉

뉴잉글랜드 IPA라는 명칭에서 예상할 수 있듯, 뉴잉은 뉴잉글랜드 지역의 양조장에서 처음 생산됐다. 맥주 업계에서는 대개 그 시작점을 2003년 버몬트주 알케미스트 양조장이 출시한 헤디 토퍼로 본다. 참고로 뉴잉글랜드는 미국 동북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지역을 이르는 말로 6개 주(메인, 뉴햄프셔, 버몬트,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가 포함된다.

뉴잉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알케미스트 브루어리의 헤디 토퍼



세계 최대 수제맥주 시장인 미국에서 수제맥주 붐은 미국 홉을 다량 투입해 만든 IPA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영국에서 탄생한 IPA가 미국으로 확산되면서, 열대 과일 풍미를 지닌 홉이 결합된 미국식 IPA로 진화한 것. 미국 수제맥주 업계는 현지 맥주 시장의 트렌드였던 홉의 풍미를 점점 강화시켰다. 문제는 홉을 많이 투입할수록 아로마가 강해지는 동시에 쓴 맛도 세진다는 것. 하지만 당시 양조장들은 경쟁하듯이 강렬한 홉 아로마와 쌉쌀함을 넘어선 쓴맛의 IPA를 출시했다.

강렬한 쓴맛으로 인해 IPA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반동으로 헤디 토퍼와 같이 홉의 아로마가 강조된 주스 같은 맥주가 나오게 됐다. 헤디 토퍼는 2010년대 들어 세계 최고의 맥주로 부상했고, 여기서 영감을 얻은 양조장들은 주스 같은 풍미를 더욱 강화시켰다. 쓴 맛을 줄이고 홉의 아로마만 남기는 쪽으로 발전해 나간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산 홉의 풍미를 극대화하고 효모에서 나오는 과일향을 덧붙여 쌉쌀한 맛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주스 같은 뉴잉 스타일이 파생됐다.


까다로워서 인정받는 맥주

뉴잉이 단지 새로운 스타일이란 이유만으로 맥주 덕후들에게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마시기 힘들 정도로 희귀하다는 점이 맥덕들을 자극시키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월드클래스로 인정받는 뉴잉의 경우, 양조장에서 물량이 다 소진돼 수출될 수 없는 탓에 현지에 가야만 맛볼 수 있다.

비싼 가격 역시 희귀성을 높인다. 뉴잉에는 맥주 재료 중 가장 단가가 높은 홉, 그 중에서도 모자이크, 시트라, 아마릴로 등 가장 수요가 많은 미국산 홉이 잔뜩 들어있기 때문에 일반 수제맥주보다 가격이 비싸다. 수입되는 일부 뉴잉의 경우 500ml 한 캔에 2만 원 안팎의 가격에 판매될 정도다. 이 때문에 '2만 원짜리 주스'라고 폄하되기도 하지만 오렌지 주스가 결코 충족시키지 못하는 탄산감, 균형감, 바디감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뉴잉은 품질이 한시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홉 덕후들이 양조장에 가서 먹고 싶은 맥주로 꼽히기도 한다. 뉴잉에 있어 최고 미덕은 '신선함'이다. 과일 풍미, 탁한 외관을 완성하는 홉은 맥주 재료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 온도, 산소와의 접촉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그 풍미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맥주가 완성된 직후 가장 이상적인 맛을 내지만, 특히 뉴잉은 양조장에서 저온살균, 원심분리, 필터링을 하지 않은 진짜 생맥주일 때 그 진가를 온전히 발휘한다. 캔이나 병, 케그에 담아 유통하면 수많은 변수에 의해 특유의 상쾌하고 신선한 맛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당 아티클은 황지혜 부족한녀석들 대표의 연재물 <수제맥주의 비하인드 씬> 6편입니다.



필자 황지혜ㅣ에디팅 이한규ㅣ사진 출처 new belgium brewing·SIERRA NEVADA brewing·Alchemist bre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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