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할머니맥주가 약 1000억 원에 팔린 비결은?

2023-04-05

브랜드에게 '브랜딩'이란 영원한 난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거나, 현재 브랜딩을 잘 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곳이 많을 터. 마케팅계의 석학 홍성태 교수가 창업에 뛰어든 제자와의 고민 상담 내용을『브랜드로 남는다는 것』도서로 펴낸 이유다.


그는 브랜딩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제자에게 2단계 접근법을 제안한다. 브랜드 가치를 구체화하는 '컨셉잡기'와 해당 컨셉을 소비자에게 공유하는 '체험시키기'다. 첫 번째 단계인 컨셉잡기란 제품 및 서비스에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컨셉팅'이라고도 불린다. 홍 교수와 함께 브랜드의 생애 주기에 따라 컨셉팅 기획 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알아봤다.

홍성태 교수



당신은 누구?
홍성태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 후, 한국 마케팅학회 회장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8년부터 마케터들의 커뮤니티인 모비브를 운영 중이다. 그간『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나음보다 다름』, 『배민다움』등 20여 권의 마케팅 및 브랜딩 도서를 집필했다.


신생 브랜드가 처음부터 컨셉을 완벽히 잡아야 할까?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홍 교수. 신생 브랜드는 론칭 후에도 컨셉을 고민하고 필요에 따라 개선해야 한다. 기술력과 품질 등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출범하는 곳이 많은데 대개 이러한 장점들은 창업자의 취향과 부합한다. 문제는 그 취향의 수준이 소비자의 기대치보다 과하게 낮거나 높다는 것. 사업 아이템이 훌륭한데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브랜드를 만나보면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자주 발견된다. 창업자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면 매출액보단 브랜딩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시기에 브랜딩을 등한시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건 제품 및 서비스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투자사가 미래의 수익 가능성을 예견했기 때문. 이제부턴 잠시 손해가 나더라도 투자금으로 버티면서 브랜드 컨셉을 구체화해야 한다. 매출 증진에 연연하면 향후 브랜드 규모가 커진다 해도 컨셉없이 흔들릴 테니까. 실제로 유능한 투자사는 이 시기에 매출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고 기다린다.


예컨대 '쿠팡'은 실적이 저조할 때도 물류 센터를 확장하고 여러 차례 할인 이벤트를 전개하며 미래에 투자했다. 로켓배송을 탑재한 유통 채널로서 더 고도화된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전부 브랜딩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광고와 마케팅만 브랜딩에 속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컨셉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이 브랜딩이다.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도입된 쿠팡의 대구 풀필먼트 센터





고객지향성(Customer-orientation)
: 고객의 관점에서 재정의한다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착개념*을 경쟁사들이 모방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착개념: 아이패드하면 창의력이 연상되듯, 소비자 인식 속에 내재화된 브랜드 이미지


경쟁사들이 고착개념을 카피한다는 건 사실상 우리 브랜드가 유리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에게 '원조'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따라서 경쟁사의 모방 전략에 휩쓸려선 안 된다. 원조답게 본질을 지키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를테면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모델을 임대업이라고 정의했다. 손님을 위한 고급스러운 시설에 주력함과 동시에, 좋은 브랜드를 입점시키려면 양질의 임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여타 백화점들이 입점사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며 이러한 접근법을 모방하려 했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오히려 업태(유통채널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스타필드'다. 체험형 매장 및 팝업스토어에 적합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선두 기업을 따라가는 후발주자라면 본질을 쫓아야 한다. 제품의 형태 즉, 사업의 껍질만 모방하는 건 효과적인 전략이라 할 수 없다.



응축성(Condensation)
: 브랜드 컨셉을 어떻게 표현할까?


신생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퍼셉션* 수단이 있다면?

*퍼셉션: 브랜드 컨셉을 오감으로 와닿게 하는 매개체


캐릭터를 동원하거나 공간을 꾸미거나 브랜드에 어울리는 폰트를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시각적인 결과물만 중시해선 안 된다. 그 결과물을 봤을 때 브랜드 컨셉이 떠오르게끔 이해시키는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로고, 캐릭터, 공간, 폰트 등 퍼셉션 수단들이 통일감 있게 브랜드 컨셉을 상징하는 것을 '싱크로나이즈'라고 표현하는데, 각 퍼셉션이 화려하기만 하고 컨셉과 무관하면 무용지물이다. 얼마나 많은 퍼셉션을 활용하는지 보다 한 가지를 사용하더라도 확실히 컨셉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속성(Continuity)
: 소비자에게 한결같아 보이고 싶다면?


장수 브랜드가 변함없어 보이려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지?


브랜드 컨셉을 알리는 활동에 변주를 가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배달의민족'은 광고 외에 키치한 B급 공모전을 여러 차례 선보이며 B급 문화를 브랜드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광고 카피용 문구를 제안받는 '배민신춘문예'만 봐도 얼마나 B급에 진심인지 와닿는다. '치킨은 살 안 쪄요~살은 내가 쪄요' 등 유머러스한 카피를 선정하고 수상자에게는 치킨 365마리 자유이용권도 수여한다.


이처럼 본질을 유지하되 껍질만 바꾸는 자세가 중요하다. 배달의민족에게 본질이란 B급 문화, 껍질은 광고와 공모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보단 '진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조합성(Combination)
: 상품을 무작정 늘리면 안 된다?


업력이 쌓인 브랜드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상품 종류를 다각화하는 순서도 중요할까?

*제품 포트폴리오: '전시성'과 '수익성' 2가지 기준으로 신제품을 늘려가는 방식. 전시성이란 제품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정도를, 수익성은 사업 이익에 기여하는 정도를 의미함.


4칸(판매용, 홍보용, 수익용, 구색용)에서 상품을 다각화하는 순서가 중요하진 않다. 각 칸에 적합한 상품을 비치해 상호 보완되게끔 제품 수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2016년에 창업한 '역전할머니맥주'가 모범사례다. 익산역 앞 골목에서 김칠선 할머니가 운영하던 맥줏집을 프렌차이즈화한 브랜드인데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에 약 1000억 원대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매각됐다.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면 아주 적절하다. 이곳의 홍보용은 '살얼음생맥주'인데 거품까지 살얼음 느낌으로 만드는 공법이 비기다. 치즈라볶이, 버터구이 등 가성비 안주는 판매용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거의 모든 테이블이 주문할 정도다.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되진 않아도 수익용으로 적합한 병맥주와 하이볼도 판매한다. 전시성이 낮지만 술이 약한 손님들을 위한 청량음료는 구색용이다.

살얼음 맥주와 가성비 안주가 특징인 역전할머니맥주



일관성(Consistency)
: 팀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까?


브랜드 규모가 커질수록 내부 브랜딩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많은 팀원에게 비전과 미션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미션과 비전의 차이부터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구분없이 팀원들에게 전한다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미션이란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로 간단히 말하자면 창업 계기다. 비전은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팀원들을 설레게 하는 미래의 꿈을 일컫는다.


회의 때마다 미션과 비전을 언급해 봤자 효과는 미비할 것이다. 그보다는 직원들에게 체화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서로 간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사내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일시적으로 다른 팀원의 업무를 수행하며 해당 팀이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있다면 어떤 관점인지 등을 탐색하는 것.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타 부서의 업무를 체험함으로써 회사 전체의 사업 방식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현대카드에선 중간관리자와 팀원들이 '홈 앤드 어웨이' 문화를 통해 월 1회 타 부서 업무에 투입된다. 임원들의 경우 회사의 이슈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포커스 미팅'을 시행하기도 한다. 해결책을 찾기보단 CEO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미팅의 주안점이다.


브랜딩을 고민하는 브랜드에게 조언한다면?


이번 책 표지에도 기재한 문장으로 "Brands are nothing, Branding is everything"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했던 연합군 사령관 아이젠하워의 명언을 인용한 문구다. 원래 문장은 "Plans are nothing, Plannings is everything."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단 그 계획을 열심히 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으로 치열하게 고민한 후 실행하며 검증하는 과정이 거듭될수록 브랜드의 내공은 탄탄해지고 리스크에 대처할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하는 기업은 드물다. 조그만 산을 넘으면 또 큰 산이 나타나기 마련.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나아가는 브랜드가 결국엔 시장에서 웃게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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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한규|사진 출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쿠팡·역전할머니맥주·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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