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가 된 성덕, 퍼퓸 디렉터 톰

2023-03-30

‘톰’이라는 가명을 쓰는 그는 퍼퓸 디렉터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이른바 ‘향덕(향수 덕후)’이다. 보유한 향수만 400개가 넘고 향수 구입에만 3000만 원 이상을 쓴 그는 원하는 향을 갖기 위해서 1만 km도 날아갈 정도로 향수에 진심인 편이다. 그가 운영하는 향수 유튜브 채널 ‘톰빌리’ 역시 구독자 수가 5만 가까이 된다. 그가 국내에 들여온 유럽의 니치 퍼퓸 브랜드 ‘프렌체스카 비앙키(Francesca Bianchi)’는 3개월 만에 2억 원어치나 팔려나가기도 했다. 진정한 ‘덕후’는 즐기는 것을 넘어 직접 창조를 한다고 했던가. 그는 단순히 향수를 즐기고 소개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향수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향수는 손목에 뿌리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 남자에게 향수 한번 배워볼까?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자신의 롤 모델 조 말론에게 직접 만든 향수를 전했던 톰. 그는 조 말론이 그랬듯 세상에 없던 새로운 향수를 만들어 다양한 향적 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은 누구?

이 남자, 세계적인 조향사 조 말론*과 공통점이 있다. 먼저 화학 전공자가 아니다. 중학교를 자퇴한 조 말론처럼 톰도 대학교를 스스로 그만뒀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조향전문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향수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그런데 향수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까지. 왜? 너무 좋으니까.

 

그저 좋다는 이유로 자신의 향을 만들기 위해 지난 7년을 끈질기게 달려온 톰. 플리마켓에서 시작된 그의 향은 이제 매달 수백 병씩 팔리는 니치 퍼퓸 브랜드로 성장했다. 좋아하던 것을 좇던 팔로워에서 직접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된 이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비하인드 신’으로.


BRDQ 퍼퓸 디렉터라는 직함은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Tom 전부 다 한다. 향수의 기획과 생산 그리고 판매와 관련된 모든 일을 총괄하다 보니 조향사보다 더 큰 범주의 명칭이 필요했다. 프랑스에선 프래그런스 디렉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톰이 운영하는 향수 전문 유튜브 채널 '톰빌리'. 톰빌리는 톰이 론칭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니까 조향사라고 한정 짓기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다. 뉴진스 향을 추천해 주는 영상이 인상 깊었다.

 

최근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소속 걸그룹 뉴진스 멤버들에게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e)의 오 드 코롱(Eau de Cologne)을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그룹의 콘셉트와 궤를 같이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오 드 코롱은 자연스러운 느낌의 깨끗한 향수다. 뉴진스의 시각적 그리고 청각적 특징에서 비롯되는 청량한 매력을 더욱 부각시켜 줄 향으로 제격이라 생각한다. 연상되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구성을 봐도 비슷한 점이 있다.

 

오 드 코롱은 향수 장르 중에서 상대적으로 향료 구성이 단출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범용성이 넓다. 뉴진스의 음악도 악기 구성을 많이 가져가지 않는 편이라 듣기 편하다. 뉴진스와 같은 청량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산타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의 아쿠아 델라 레지나(Acqua della Regina),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의 콜로니아(Colonia) 또는 미르토 디 파나레아(Mirto di Panarea)도 추천한다.

톰은 고스트 인 더 쉘을 차갑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이에게 선물하면 좋은 향수로 꼽기도 했다.



온 세상이 뉴진스 같지만 다른 걸그룹 팬을 위한 비유도 가능할까?

 

그럼 광야로?(웃음) 에스파는 강렬한 비트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콘셉트와 의상이 두드러진다. 광택이 도는 애나멜 소재의 가죽 의상이 기억에 남는데 외모와 달리 강인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중성적으로 느껴진다. 이 부분에 주목한다면 에따 리브르 도랑주(Etat Libre d′Orange)의 고스트 인 더 쉘(The Ghost in the Shell)이라는 향수가 떠오른다.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에서 모티프를 따온 제품으로 인공적인 콘셉트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기계 속에 숨겨진 따뜻함이랄까. 유자의 시큼함이 처음에 차갑게 느껴지는데 이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듯하다.

 

음악과 향수는 구성요소를 통해 특정 세계관을 구축하고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조성·템포·멜로디·악기·목소리 등으로 표현한다면 향수는 향의 고저·두께·길이로 말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정서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때론 영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청각은 후각으로 치환될 수 있는 감각이라 생각한다. 향수를 기획할 때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향수를 어떻게 골라야 하나?

 

옷장부터 열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유형의 옷이 많은지 그중에선 무슨 색깔이 주를 이루고 소재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색의 옷에 가볍고 상큼한 향은 위험할 수 있다. 스타일에 균열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부드러운 실크 소재에 거친 가죽 향은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다. 향수를 맥락에 따라 고르면 또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회수 269만 회를 기록한 톰의 영상 '조향사가 손목에 향수를 뿌리지 않는 이유' 중 지속력과 확산력을 높이는 향수 사용법



그다음은 잘 쓰는 것일 텐데 향수 잘 뿌리는 방법도 궁금하다.

 

손목 안쪽에는 뿌리지 마라. 귀 뒤편도 추천하고 싶은 부위는 아니다. 향수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본래 향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향수가 신체에 닿는 순간 향이 달라지기 시작하겠지만 굳이 그 변화를 촉진할 필요는 없다. 손목은 항상 어딘가 닿고 있는 부위라서 오염될 여지가 많다. 그리고 수소이온농도(percentage of hydrogen, pH) 변화가 심해서 향이 변질되기 쉽다. 귀 뒤편에는 유분을 만드는 땀샘이 있어서 여기도 적절한 곳은 아니다.

 

향이 깨끗하게 잘 퍼지는 곳 중 하나는 팔뚝이다. 팔이 접히는 안쪽 말고 바깥쪽. 땀도 잘 안 나고 pH 농도가 일정한 편이라 특히 여름에 향수 뿌리기 좋다. 긴 소매 옷을 입는다면 손등에 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적정량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T.P.O(Time·Place·Ocasion)와 부향률을 고려해서 적정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언제 외출하고 목적지는 어디며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펌핑을 다르게 한다. 이때 향수의 부향률도 중요한데 농도가 진한 퍼퓸이나 오 드 퍼퓸을 오 드 콜론처럼 뿌리면 안 된다. 퍼퓸을 사용할 때 2번 정도가 충분하다면 오 드 콜론은 5~6번 정도 펌핑하면 적절한 것 같다.



[아주 사소한 궁금증]


부향률은 향수에서 알코올을 제외하고 향료가 차지하는 비율로 향수 원액의 함량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향수의 농도가 달라지는데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분류
부향률
발향 시간
특징
파르팽/퍼퓸
(Parfum/Perfume)
15~30%
5~7시간
대체로 지속성이 강함
오 드 파르팽
(Eau de Parfum)
10~18%
4~5시간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타입
오 드 뚜왈렛
(Eau de Toilette)
5~12%
3~4시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향수
오 드 콜론
(Eau de Cologne)
3~7%
1~2시간
숙성 기간이 짧아 저렴함




향을 더 오래 붙잡아 두는 방법도 있나?

 

향수와 같은 향을 공유하는 보디 워시와 로션을 함께 쓰면 된다. 향의 강도와 지속 시간이 모두 상승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다른 로션을 사용해도 지속 시간을 늘릴 수는 있어도 향의 선명도는 떨어진다. 향수만으로 지속력이랑 확산력을 높이려면 여러 부위에 뿌리면 된다. 향수가 닿는 면적과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빗에 향수를 뿌리고 머리를 빗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재가 실크나 가죽이 아니라면 옷에 뿌려도 도움이 된다. 단 향수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단백질을 분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옷의 소재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향수에 따라 색깔이 진한 것도 있으니 흰색 옷도 피하는 것이 좋다. 향수가 여러 개라면 섞어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톰피셜'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의 라 뉘 드 옴므(La Nuit De L'Homme)와 샤넬(Chanel)의 도빌(Deauville)의 궁합은 최고다.



향수 레이어링에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특별한 규칙은 없지만 방향성만 뚜렷하면 된다. 무거움과 상쾌함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것처럼. 예컨대 가죽과 나무 느낌이 강한 향에 부드럽고 신선한 플로럴 향을 더하는 식이다. 그래서 향의 계열이나 무게 정도는 파악해야 된다. 아무리 향을 맡아도 전체적인 느낌을 모르겠다면 브랜드 사이트에서 제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아봐라. 맡자마자 향에 대한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는 명쾌한 향수가 아니라면 레이어링은 어려울 수도 있다. 경험 상 겔랑(Guerlain)이나 디올(Dior)의 향수는 복잡한 편이라 레이어링을 시도할 때마다 의도를 벗어났던 것 같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어려운 것 같다.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업계 종사자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체계적인 교육과 지식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여러 해외 원서들이 번역되어서 나오다 보니 접근성이 좋아졌다. 입문서로 추천하는 책은 ‘향수 A to Z’. 프랑스 향수 전문가 단체, 콜렉티프 네(Collectif Nez)가 쓴 책인데 역사부터 산업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어 가이드로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백화점으로 가라. 향은 눈으로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많이 맡아볼수록 도움이 된다. 이론보다 더 중요한 건 감각을 깨우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무작정 아무거나 맡아보지 말고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하나의 메인 노트를 정하고 관련된 여러 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트러스 계열을 메인 노트를 선정했다면 그 계열에 포함되는 베르가모트(Bergamot)나 오렌지(Orange), 레몬(Lemon) 등 다양한 향을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그 후에 플로럴(Floral)이나 우디(Woody) 등 다른 메인 노트로 넘어가면 된다.

 너무 많아 한 곳에 모아 보관하기 힘들다는 톰의 향수 컬렉션 중 일부



경험의 폭과 깊이만큼 향수도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지금 소유하고 있는 향수는 400개 정도 된다. 연구 목적으로 다양한 향수를 모으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구할 수 없는 향수도 몇 개 가지고 있다. 향수도 화장품이라서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전에는 허용됐지만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향료들 때문에 단종되는 경우가 있다.

 

이국적인 향의 교과서로 불리는 겔랑의 샬리마 빈티지 엑스뜨레(Shalimar Vintage Extrait)도 그중 하나인데, 풍부한 바닐라와 통카빈의 향이 일품이다. 글을 통해서만 향을 접하니까 늘 궁금했었다. 그래서 지인을 통해 프랑스 겔랑 매장에 살 수 있는지 문의를 한 적이 있다. 유명 브랜드의 매장은 판매하지 않는 향수라도 헤리티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향을 전시하기도 하니까.


[아주 사소한 궁금증]


1. 향수에 정해진 유통기한은 없다. 유통기한을 명시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상품에 표기하지 않는다. 향수의 주성분이 에탄올이기 때문이다. 에탄올이 아닌 물로 만들어진 워터 베이스 향수라면 유통기한에 유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2. 수에 치명적인 세 가지를 꼽으라면 빛, 온도, 산소다. 보관할 때 이 세 가지만 주의한다면 향의 오염이나 변질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보관 장소는 서랍처럼 직사광선을 피하고 온도가 일정한 곳이 좋다. 화장실은 온도 변화가 큰 편이라 적절한 곳은 아니다. 아주 덥거나 추운 곳도 피해야 한다. 사용 후엔 뚜껑을 닫는 것도 잊지 마라.





헨리 자끄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앰브로즈(가운데)의 가격은 720유로(약 101만 원)이다.



컬렉션 중에 가장 비싼 향수는 뭔가?

 

헨리 자끄(Henry Jacques)의 앰브로즈(Ambrose)가 아닐까. 용량은 30ml인데 가격이 백만 원이 넘는다. 헨리 자끄는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프랑스 브랜드로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통 향수와 다르게 스프레이 방식이 아니라 찍어서 바르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중세 시대 귀족처럼. 이건 향수의 콘셉트와 연결되는 부분이지만 향료의 진한 농도 때문이기도 하다. 알코올 함량을 최소로 해서 향료의 비율이 30%가 넘는다. 그만큼 점도가 높아서 스프레이로는 분사가 어렵다. 소량만 사용해도 향이 넓게 퍼지고 오랫동안 유지된다.

 

가성비 좋은 향수도 있나?

 

로저 앤 갈렛(Roger and Gallet). 프랑스 브랜드 제품인데 100ml 향수를 5만 원대에 살 수 있다. 브랜드의 역사는 150년이 넘는다. 오랜 시간 쌓아온 조향의 기술과 노하우가 있다. 그리고 현대적인 향수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장 마리 파리나(Jean Marie Farina)의 레시피를 토대로 제품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조 말론(Joe Malone)의 시트러스 향을 좋아한다면 로저 앤 갈렛의 향수를 추천한다. 

 

톰포드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일렉트릭 체리 50ml의 가격은 395달러(약 51만 원)이다.



실망이 컸던 향수는?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닌데 비싸서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바로 톰 포드(Tom Ford)의 일렉트릭 체리(Electric Cherry). 작명 센스나 브랜드 특유의 보틀 디자인만 보자면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딱히 향에서 느껴지는 독특함이 없다. 미국의 대중적인 브랜드인 배스 앤 바디 웍스(Bath & Body Works)의 체리 향과 차이점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향의 뼈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나 할까. 50ml에 50만 원이 넘는 톰 포드 향수의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화려하고 관능적인 톰 포드 특유의 분위기만 살린 일종의 확장판 같달까.

 

가격 차이의 이유는 무엇인가?

 

판촉 활동 때문이라 생각한다.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향수 판매 가격의 50~60%가 마케팅 활동 비용으로 책정된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수료도 포함해서. 향료에는 판매 가격의 5% 정도만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니치 향수의 경우엔 10~15% 정도다. 향수 만들 때보다 팔 때 돈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향사도 마케팅의 일환일까?

 

유명한 조향사의 경우 그 이름만으로 광고 효과가 쏠쏠하다. 조향사의 기본 역할은 아이디어를 후각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지만 고급 조향계로 갈수록 조향사의 활동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원료 확보, 대외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전략에도 힘을 쏟아야 하니까.

프레데릭 말 뉴욕 부티크 매장과 진공 시향 시설



그러한 조향사의 역할이 돋보이는 브랜드가 있다면?

 

프레데릭 말(Frederic Malle)이 아닐까.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조향사는 많다. 하지만 향을 경험하는 방식까지 설계하는 이는 드물다. 프레데릭 말 부티크는 진공 시향관이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진공이 아닌 일반 공간에서의 시향은 주변의 여러 냄새와 섞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향수 본연의 향을 맡는 것이 아니다. 깨끗한 공간에서 온전히 느껴보는 향. 너무 궁금해서 뉴욕으로 갔다. 10년 전의 일이다. 당시 프레데릭 말 부티크에서 카날 플라워(Carnal Flower)를 시향하니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다. 가볍지 않고 포근하면서도 관능적인 향. 정신을 차려보니 브랜드 전 제품을 모아놓은 디스커버리를 결제하고 있었다.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바이레도 모하비 고스트(왼쪽)와 르라보 상탈33(오른쪽)



눈여겨보는 또 다른 브랜드가 있는지.

 

바이레도(Byredo)랑 르라보(Le Labo). 바이레도는 브랜드의 특성이 제품에도 깊게 배어 있어 향이 매우 명확하다. 향수의 미래를 장인 정신에서 찾는 르라보의 정체성도 매력적이다. 둘 다 평범함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제품을 꼽자면 바이레도의 모하비 고스트(Mojave Ghost)랑 르라보의 상탈 33(Santal 33)이다. 모하비 고스트는 사막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인데 플로럴 향이 메인이다. 부드럽고 은은하면서도 우아한 향기가 이름과 상반돼서 더 매혹적이다. 상탈 33은 내 기억 속 뉴욕 그 자체다. 당시 거리에서 풍기던 냄새랑 닮아서 제 추억까지 소환하는 향이다.  두 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향수를 사랑한다. 향수는 단 한 방울로도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다. 그래서 향수를 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에디터  이순민| 사진 출처 톰빌리·에따 리브르 도랑주·헨리 자끄·톰포드



*조 말론은 강한 향과 자극적인 광고가 주를 이루던 1990년 대, 단순한 구성에 자연스러운 향의 향수를 선보이며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조향사다. 1999년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을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에 매각했으나 2006년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조 말론 런던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Blackberry & Bay Cologne),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롱(Wood Sage & Sea Salt Cologne),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코롱(Lime Basil & Mandarin Cologne) 등이 있다. 2011년 조 말론은 새로운 브랜드, 조 러브스(Jo Loves)를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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