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한국에서 최초로 비넥스포(Vinexpo)가 개최된다. 1981년 프랑스 보르도 지롱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시작된 비넥스포는 비니탈리(Vinitaly), 프로바인(Prowein)과 함께 세계 와인 3대 박람회로 꼽힌다. 와인 업계를 이끄는 이들이 참여해 전문 강연, 샘플링 세션, 세미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올해엔 1998년 아시아 행사의 시작을 알렸던 홍콩이 빠지고 서울이 그 자리를 꿰찼다.
비넥스포 주최사인 비넥스포지엄의 로돌프 라메즈 CEO는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세계 와인 업계에서 떠오르는 중요한 시장으로 표현하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행사를 진행하길 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년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연평균 와인 소비량은 줄어든 반면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의 연평균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국제와인기구(OIV)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 국내 연간 와인 소비량은 4910L였다. 소주와 맥주의 출고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10년 전 대비(2490L) 연간 와인 소비량은 97%가량 증가했다. 연간 소비량이 850L였던 2001년과 비교하면 470% 넘게 오른 수치다. 한국이 와인의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이유다.
프랑스 남부 지역 론 밸리(Rhone Valley)에서 300년 가까이 와인을 만들어 온 가문의 후손으로 가업을 이어 와인을 만들고 있는 에이머리 드 신세이(Amaury de Sinçay) FSP(French Spirit Production) 대표의 시선도 한국을 향해 있다. 15년 전, 그는 중국에 지사를 마련하며 빠르게 증가하는 아시아 시장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했고 중국에서 와인도 생산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한 인물이다. 더불어 4년 전엔 한국에 유기농 와인을 론칭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힘써왔다. 옛 것과 최신의 것이 공존하는 한국은 매력적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인 그가 바라보는 한국의 와인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FSP는 와인뿐만 아니라 프렌치 브랜디, 위스키, 코냑 등 다양한 증류주도 생산한다. FSP 설립자의 가문은 1810년대 프랑스 북부에 증류소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유래된 증류 과정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어서와, FSP 와인은 처음이지?
에이머리 드 신세이 대표가 2012년 설립한 FSP는 FSG(French Spirit Group)의 일부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와인의 생산, 숙성, 병입, 판매 등을 담당한다. FSP는 프랑스 남부 론 밸리(Rhône Valley)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곳의 주요 품종으로는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르드가 있다. FSP가 운영하는 포도밭 규모는 30만 평 이상(100헥타르)이며 연간 와인 생산량은 약 2천만 병에 이른다. 70여 년 전부턴 프랑스의 여러 지역과 스페인에서 품질 좋은 포도를 구매해 숙성과 병입을 진행하는 와인 보틀링 사업도 시작했다. 현재 FSP는 유럽, 북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50여 개 나라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에이머리 드 신세이 대표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비하인드 신으로. |
에이머리 드 신세이 FSP 대표(맨 오른쪽)
BRDQ) 웰컴 투 코리아. 한국 방문은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다.
Amaury) 브랜드 론칭 때문에 4년 전쯤 방문했던 것 같다. 소주의 맛을 잊기 힘들었다. 오늘도 무척 기대하고 있다.(웃음)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한국은 신기한 나라다.
어떤 점에서 신기한가?
한국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이질적인 것에 개방적인 곳처럼 느껴진다. 소주나 막걸리 같은 전통주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음에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들어 한국은 세계 와인 메이커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소비 형태와 음주에 대한 정부 입장 변화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의 와인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은 와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업 파트너에게 들은 바로는 최근 4~5년간 한국 와인 수입 금액은 연평균 20%를 웃돌았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성장세다. 게다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젊은 세대가 이러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어 잠재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와인을 살 수 있는 인프라도 잘 갖춰진 것으로 안다. 앞으로 한국에서 와인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와인 시장을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비넥스포에서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 와인 시장을 ‘30대 여성’, ‘질적 성장’, ‘칠레 강세’로 요약했다.
문정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체 와인 소비량에서 3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로 가장 높았으며, 20대에서 50대까지 여성의 소비량이 남성보다 더 많았다. 더불어 문 교수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와인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음을 근거로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2~3만 원대 와인을 찾는 소비자는 12%였지만 2021년 26%까지 늘어났으며, 1만 원 미만의 와인을 찾는 이들은 2015년 37%에서 2021년 28%로 떨어졌다는 것. 이를 통해 저렴한 와인을 통해 입문한 소비자들이 이젠 중고가 와인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레드 와인 수입 물량에선 칠레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현재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와인이 있나?
더 래빗(The Rabbit). 유기농 와인이다.
프랑스 랑그독 지역에서 비오니에와 시라 품종으로 만들어진 더 래빗은 유기농법에 근거한 유기농 와인이다. 와인의 이름과 라벨에 등장하는 토끼는 와이너리에 자주 출몰해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토끼를 친근하게 묘사한 일러스트와 함께 포도 품종, 빈티지 등 와인 관련된 정보가 직관적으로 표기된 것이 특징이다.
유기농 와인이라면?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와인이다. 유기농법에 따른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과정에서도 자연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 핵심이다. 참고로 래빗 와인은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유리병(Ecova)에 담고 있으며 포장에 사용되는 코르크와 상자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있다.
생산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와인으로 이해하면 될까?
그렇다. 맛이나 색감을 위해 조작되지 않은 와인이다. 물론 사람의 손길 없이 포도가 저절로 와인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선 자연친화적이라는 용어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뭔가 더하고 빼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공해 제품을 사용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포도밭) 떼루아의 풍미를 온전히 전하는 것이 목표다.
신경 쓸 것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굳이 유기농 와인을 만드는 이유가 있나?
사람들은 보다 건강하고 좋은 품질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생산 과정에서의 건강함에도 주목한다. 무엇보다 환경과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감 있는 자세는 산업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화두 아닌가. 유기농 와인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조금 떨어져도 더 좋은 와인을 더 오래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확량을 이유로 사용되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포도밭 오염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땅속 미생물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 미생물은 흙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해 포도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게 박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런 미생물이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사라지게 되면 흙이 딱딱해져 나무의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 포도 열매의 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즉, 자연적으로 건강한 땅에서 좋은 열매가 자라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건 땅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면 보다 자연친화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더 래빗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는 주주코리아의 최윤원 대표는 귀엽고 친절한 라벨을 통해 두드러지는 접근성을 더 래빗의 강점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에서 유기농 와인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사실 한국 사업 파트너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는 토끼가 그려진 귀여운 라벨에 궁금증이 생겨서 마셔봤는데 맛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와인 하면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빼곡한 복잡함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품종과 빈티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제품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런 특성과 함께 유기농 와인이 주는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이미지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 아닐까 싶다.
소비와 환경 보호가 양립하긴 힘들지만 두 가치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건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지 않은가.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기도 하고. 게다가 성숙기에 접어든 지역보단 한국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감이 더 적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국 파트너의 제안에 선뜻 응한 이유다. 참고로 더 래빗은 현재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 38개 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다.
FSP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조만간 유럽과 북미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만든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와인을 많이 마셔보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충만하다. 한국은 발효주와 관련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 알고 있다. 유럽과 다른 기후와 토양을 바탕으로 한국만의 훌륭한 풍미를 지닌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2020년부터 중국 닝샤(Ningxia)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이곳은 매우 건조한 지역이지만 지리적 조건이 흥미롭다. 허란산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황허강은 포도 재배에 필요한 물을 부족함 없이 공급해 준다. 이곳의 테루아는 아르헨티나의 멘도사(Mendoza)와 비슷한 것 같다.
현지로 본사의 숙련된 직원을 파견하고 프랑스에서 만든 오크 통도 보낸다. 여기서 재배한 다양한 품종(샤도네이와 피노누아 그리고 마르셀란 등)과 프랑스의 기술 장비가 만들어내는 풍미는 유럽의 것과는 다르다. 현재까진 중국에서 판매하거나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이 전부지만 곧 유럽과 북미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동북아시아는 와인 소비만큼이나 생산 관련해서도 매력적인 지역이다.
프랑스 '와수저'가 말하는 프랑스 와인이 궁금하다면 2편도 놓치지 마세요!
에디터 이순민 I 사진 출처 F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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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P는 와인뿐만 아니라 프렌치 브랜디, 위스키, 코냑 등 다양한 증류주도 생산한다. FSP 설립자의 가문은 1810년대 프랑스 북부에 증류소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유래된 증류 과정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어서와, FSP 와인은 처음이지?
에이머리 드 신세이 대표가 2012년 설립한 FSP는 FSG(French Spirit Group)의 일부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와인의 생산, 숙성, 병입, 판매 등을 담당한다. FSP는 프랑스 남부 론 밸리(Rhône Valley)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곳의 주요 품종으로는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르드가 있다. FSP가 운영하는 포도밭 규모는 30만 평 이상(100헥타르)이며 연간 와인 생산량은 약 2천만 병에 이른다. 70여 년 전부턴 프랑스의 여러 지역과 스페인에서 품질 좋은 포도를 구매해 숙성과 병입을 진행하는 와인 보틀링 사업도 시작했다. 현재 FSP는 유럽, 북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50여 개 나라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에이머리 드 신세이 대표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비하인드 신으로.
에이머리 드 신세이 FSP 대표(맨 오른쪽)
BRDQ) 웰컴 투 코리아. 한국 방문은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다.
Amaury) 브랜드 론칭 때문에 4년 전쯤 방문했던 것 같다. 소주의 맛을 잊기 힘들었다. 오늘도 무척 기대하고 있다.(웃음)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한국은 신기한 나라다.
어떤 점에서 신기한가?
한국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이질적인 것에 개방적인 곳처럼 느껴진다. 소주나 막걸리 같은 전통주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음에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들어 한국은 세계 와인 메이커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소비 형태와 음주에 대한 정부 입장 변화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의 와인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은 와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업 파트너에게 들은 바로는 최근 4~5년간 한국 와인 수입 금액은 연평균 20%를 웃돌았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성장세다. 게다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젊은 세대가 이러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어 잠재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와인을 살 수 있는 인프라도 잘 갖춰진 것으로 안다. 앞으로 한국에서 와인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와인 시장을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비넥스포에서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 와인 시장을 ‘30대 여성’, ‘질적 성장’, ‘칠레 강세’로 요약했다.
문정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체 와인 소비량에서 3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로 가장 높았으며, 20대에서 50대까지 여성의 소비량이 남성보다 더 많았다. 더불어 문 교수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와인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음을 근거로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2~3만 원대 와인을 찾는 소비자는 12%였지만 2021년 26%까지 늘어났으며, 1만 원 미만의 와인을 찾는 이들은 2015년 37%에서 2021년 28%로 떨어졌다는 것. 이를 통해 저렴한 와인을 통해 입문한 소비자들이 이젠 중고가 와인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레드 와인 수입 물량에선 칠레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와인이 있나?
더 래빗(The Rabbit). 유기농 와인이다.
프랑스 랑그독 지역에서 비오니에와 시라 품종으로 만들어진 더 래빗은 유기농법에 근거한 유기농 와인이다. 와인의 이름과 라벨에 등장하는 토끼는 와이너리에 자주 출몰해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토끼를 친근하게 묘사한 일러스트와 함께 포도 품종, 빈티지 등 와인 관련된 정보가 직관적으로 표기된 것이 특징이다.
유기농 와인이라면?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와인이다. 유기농법에 따른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과정에서도 자연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 핵심이다. 참고로 래빗 와인은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유리병(Ecova)에 담고 있으며 포장에 사용되는 코르크와 상자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있다.
생산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와인으로 이해하면 될까?
그렇다. 맛이나 색감을 위해 조작되지 않은 와인이다. 물론 사람의 손길 없이 포도가 저절로 와인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선 자연친화적이라는 용어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뭔가 더하고 빼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공해 제품을 사용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포도밭) 떼루아의 풍미를 온전히 전하는 것이 목표다.
신경 쓸 것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굳이 유기농 와인을 만드는 이유가 있나?
사람들은 보다 건강하고 좋은 품질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생산 과정에서의 건강함에도 주목한다. 무엇보다 환경과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감 있는 자세는 산업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화두 아닌가. 유기농 와인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조금 떨어져도 더 좋은 와인을 더 오래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확량을 이유로 사용되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포도밭 오염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땅속 미생물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 미생물은 흙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해 포도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게 박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런 미생물이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사라지게 되면 흙이 딱딱해져 나무의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 포도 열매의 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즉, 자연적으로 건강한 땅에서 좋은 열매가 자라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건 땅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면 보다 자연친화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더 래빗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는 주주코리아의 최윤원 대표는 귀엽고 친절한 라벨을 통해 두드러지는 접근성을 더 래빗의 강점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에서 유기농 와인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사실 한국 사업 파트너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는 토끼가 그려진 귀여운 라벨에 궁금증이 생겨서 마셔봤는데 맛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와인 하면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빼곡한 복잡함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품종과 빈티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제품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런 특성과 함께 유기농 와인이 주는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이미지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 아닐까 싶다.
소비와 환경 보호가 양립하긴 힘들지만 두 가치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건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지 않은가.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기도 하고. 게다가 성숙기에 접어든 지역보단 한국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감이 더 적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국 파트너의 제안에 선뜻 응한 이유다. 참고로 더 래빗은 현재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 38개 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다.
FSP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조만간 유럽과 북미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만든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와인을 많이 마셔보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충만하다. 한국은 발효주와 관련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 알고 있다. 유럽과 다른 기후와 토양을 바탕으로 한국만의 훌륭한 풍미를 지닌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2020년부터 중국 닝샤(Ningxia)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이곳은 매우 건조한 지역이지만 지리적 조건이 흥미롭다. 허란산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황허강은 포도 재배에 필요한 물을 부족함 없이 공급해 준다. 이곳의 테루아는 아르헨티나의 멘도사(Mendoza)와 비슷한 것 같다.
현지로 본사의 숙련된 직원을 파견하고 프랑스에서 만든 오크 통도 보낸다. 여기서 재배한 다양한 품종(샤도네이와 피노누아 그리고 마르셀란 등)과 프랑스의 기술 장비가 만들어내는 풍미는 유럽의 것과는 다르다. 현재까진 중국에서 판매하거나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이 전부지만 곧 유럽과 북미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동북아시아는 와인 소비만큼이나 생산 관련해서도 매력적인 지역이다.
프랑스 '와수저'가 말하는 프랑스 와인이 궁금하다면 2편도 놓치지 마세요!
에디터 이순민 I 사진 출처 FSP
이 글이 좋았다면?
프랑스 와인 수저에게 배우는 와인
맥주 양조장은 어떻게 만들까?
비오는 날 마시기 좋은 막걸리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