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는 없었지만 나름 뜻깊은 자리였다. 장편 5편과 단편 2편 등 총 7편의 한국 영화가 편성되며 역대 최다 초청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덟 번 칸의 무대를 찾은 배우 송강호부터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초대받은 K-팝 그룹 에스파까지, 스무 명이 넘는 ‘K’ 스타들도 레드 카펫을 밟았다.
무대가 무대였던 만큼 세계의 시선이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멋진 퇴장을 알린 배우 해리슨 포드만큼이나 K에 쏠렸던 이유다. 참고로 칸 영화제는 베니스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평가받는다. 그중에서도 칸 영화제는 1946년 개최 이래 단 한 번도 중단 없이 이어져 오며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칸 영화제만큼이나 ‘Made in France’의 남다른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또 있다면 와인이 아닐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콘텐츠 웹사이트 와인 폴리(wine folly)는 프랑스를 ‘와인 스타일의 교과서’이자 와인 생산국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는 나라로 소개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와인 재배 면적을 보유한 프랑스. 와인 생산량 또한 이탈리아와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많다. 이탈리아만큼은 아니더라도 100개가 넘는 포도 품종으로 다양한 와인을 만든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마셔 봤을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피노 누아, 샤르도네의 원산지가 프랑스다. 무엇보다 역사가 깊다. 프랑스 와인의 시작은 기원전 6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35년엔 원산지 명칭 통제에 관한 법령을 통해 품질 관리도 발 빠르게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300년 가까이 와인을 만들어 온 가문의 후손이자 론 밸리에 거점을 둔 글로벌 와인 메이커 FSP의 에이머리 드 신세이(Amaury de Sinçay) 대표에게 프랑스 와인에 대해 물었다.
에이머리 드 신세이 FSP 대표
BRDQ 프랑스 와인의 두드러지는 특징을 꼽는다면?
Amaury 다양성이 아닐까.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다양성.
프랑스 와인 생산 지역. 보르도(왼쪽 아래)는 해양성 기후가 두드러지고 샹파뉴(위)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론(오른쪽 아래)이 위치한 프랑스 남주 지역에선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여러 포도 품종이 있다는 뜻인가?
프랑스에서 여러 품종이 있긴 하지만 이탈리아에 비할 만큼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다양성은 여러 기후와 토양에서 형성된 떼루아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풍미다. 프랑스엔 대륙성, 해양성, 지중해성 기후가 모두 나타난다. 건조하고 비교적 서늘한 대륙성 기후가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산지로는 샹파뉴가 있다. 보르도는 일교차가 적고 따뜻한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에 속하고, 건조하고 더운 여름이 특징인 지중해성 기후는 론 계곡 등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두드러진다.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지만 대체로 대륙성 기후 아래 만들어진 와인은 신맛이 특징이고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산지의 와인은 균형이 좋은 편이다.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남쪽 지방의 경우 풍부한 과실향이 돋보인다. 프랑스의 와인 산지는 열 곳이 넘는데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기후와 지역마다 다른 떼루아로 완성되는 다채로움이 프랑스 와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와인 하면 역사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물론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포도 산지는 기원전 3세기 경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와인 생산의 역사만 긴 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품질 관리도 일찍 시작했다.
중세 시대부터 바다 건너간 프랑스 와인
마농 와인 아카데미 & 샵을 운영하는 김만홍 와인 컨설턴트에 따르면 프랑스의 와인은 물류가 발달하지 않은 중세 시대부터 수출됐다. 엄밀히 말하면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 보르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이 영국령이었던 프랑스 서부에서 생산된 와인이 본국으로 건너간 건데, 1453년 프랑스가 보르도 지방을 탈환한 이후에도 영국으로 와인 수출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김만홍 컨설턴트는 중세 시대 수도원과 와인의 깊은 연관성도 강조한다. 당시 교회의 권력자들과 귀족들에겐 훌륭한 포도밭과 좋은 품질의 와인을 갖는 것이 사회적 지위와도 같아 수도원은 포도밭 개간과 와인 품질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참고로 고품질의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부르고뉴의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포도밭은 12세기 수도원이 개간한 곳이다. 즉, 수도원은 와인의 보급과 품질 향상에 기여를 한 셈이다. |
품질 관리라면?
원산지 명칭을 법으로 통제하는 거다. 이를 아펠라시옹 도리진 꽁트롤레, 줄여서 AOC라고 부른다. AOC는 와인 생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제를 명시한 일종의 법이다. 특정 와인 생산지에 대한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지리적 경계선을 명시하고, 그 원산지를 라벨에 달고 판매되는 와인에 대한 세부적인 것들을 규정한다. 여기엔 포도 품종, 재배, 양조 숙성 과정 등 생산 관련 모든 것이 포함된다. 원산지마다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데, 세부내용은 정부(INAO)에서 관리한다.
*.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
*. INAO(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 프랑스 전국 원산지 명칭 관리 위원회
그래서 품질 관리와 무슨 관련이 있나?
AOC의 목적은 특정 지역이나 산지를 사칭하는 가짜 와인을 걸러내는 데 있으니까. 19세기 후반 즈음, 프랑스에 병충해가 퍼져 제대로 된 와인 공급이 부족해졌다. 이에 와인의 가격이 올랐고 원산지를 속이는 와인들도 시중에 나타났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였다. 특정 산지의 이름에 대한 사용권이 보호받지 못했고 가짜 와인을 그 가치 이상의 값을 지불하고 사게 되었으니까. 나라가 나서서 훌륭한 원산지를 인증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생산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 와인 품질 관리에도 힘써왔다. 라벨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와인을 만들어 온 셈이다.
프랑스 와인 고를 때 알아두면 좋은 세 가지
1. AOC: 가장 높은 등급의 와인으로 지리적 위치, 포도, 양조 및 숙성 과정 등에서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된다. 원산지 명칭, 빈티지, 알코올 도수, 용량 등이 라벨에 표기된다. 2. VIN DE PAYS: 지역 등급 와인(IGP)으로 AOC에 비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지역 명칭이나 포도밭 등 구체적으로 원산지 명칭을 사용하는 AOC와 달리 큰 지방의 이름만 명시된다. 라벨을 통해 원산지, 포도 품종, 빈티지, 알코올 도수, 용량 등을 알 수 있다.
3. VIN DE TABLE: 지역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테이블 와인이다. 최소한의 규제로 만들어지는 기본 등급의 와인이나 다름없다. 포도 품종과 알코올 도수, 용량 정도만 라벨에 기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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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만 있을까?
아쉬운 점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또한 라벨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특히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라벨만 보고 어떤 제품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최상급의 와인일수록 라벨은 친절하지 않으니까. 원산지마다 사용 가능한 포도 품종과 양조 방식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좋은 와인들은 포도 품종을 라벨에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AOC에 의해 원산지가 곧 포도 품종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건데, 신대륙 와인에 비해 이해하기 어려운 라벨은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해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프랑스 와인이 있다면?
론 밸리의 시라. 호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시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지만 원조는 프랑스다. 특히 시라를 집중적으로 만드는 론 밸리의 북쪽의 시라 와인은 다소 높은 타닌과 새콤한 과일 향의 조합으로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이다. 레드 와인이라면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흙냄새랑 꽃향기가 더해진 풍미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에디터 이순민 I 사진출처 F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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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머리 드 신세이 FSP 대표
BRDQ 프랑스 와인의 두드러지는 특징을 꼽는다면?
Amaury 다양성이 아닐까.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다양성.
프랑스 와인 생산 지역. 보르도(왼쪽 아래)는 해양성 기후가 두드러지고 샹파뉴(위)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론(오른쪽 아래)이 위치한 프랑스 남주 지역에선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여러 포도 품종이 있다는 뜻인가?
프랑스에서 여러 품종이 있긴 하지만 이탈리아에 비할 만큼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다양성은 여러 기후와 토양에서 형성된 떼루아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풍미다. 프랑스엔 대륙성, 해양성, 지중해성 기후가 모두 나타난다. 건조하고 비교적 서늘한 대륙성 기후가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산지로는 샹파뉴가 있다. 보르도는 일교차가 적고 따뜻한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에 속하고, 건조하고 더운 여름이 특징인 지중해성 기후는 론 계곡 등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두드러진다.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지만 대체로 대륙성 기후 아래 만들어진 와인은 신맛이 특징이고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산지의 와인은 균형이 좋은 편이다.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남쪽 지방의 경우 풍부한 과실향이 돋보인다. 프랑스의 와인 산지는 열 곳이 넘는데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기후와 지역마다 다른 떼루아로 완성되는 다채로움이 프랑스 와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와인 하면 역사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물론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포도 산지는 기원전 3세기 경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와인 생산의 역사만 긴 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품질 관리도 일찍 시작했다.
중세 시대부터 바다 건너간 프랑스 와인
마농 와인 아카데미 & 샵을 운영하는 김만홍 와인 컨설턴트에 따르면 프랑스의 와인은 물류가 발달하지 않은 중세 시대부터 수출됐다. 엄밀히 말하면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 보르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이 영국령이었던 프랑스 서부에서 생산된 와인이 본국으로 건너간 건데, 1453년 프랑스가 보르도 지방을 탈환한 이후에도 영국으로 와인 수출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김만홍 컨설턴트는 중세 시대 수도원과 와인의 깊은 연관성도 강조한다. 당시 교회의 권력자들과 귀족들에겐 훌륭한 포도밭과 좋은 품질의 와인을 갖는 것이 사회적 지위와도 같아 수도원은 포도밭 개간과 와인 품질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참고로 고품질의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부르고뉴의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포도밭은 12세기 수도원이 개간한 곳이다. 즉, 수도원은 와인의 보급과 품질 향상에 기여를 한 셈이다.
품질 관리라면?
원산지 명칭을 법으로 통제하는 거다. 이를 아펠라시옹 도리진 꽁트롤레, 줄여서 AOC라고 부른다. AOC는 와인 생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제를 명시한 일종의 법이다. 특정 와인 생산지에 대한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지리적 경계선을 명시하고, 그 원산지를 라벨에 달고 판매되는 와인에 대한 세부적인 것들을 규정한다. 여기엔 포도 품종, 재배, 양조 숙성 과정 등 생산 관련 모든 것이 포함된다. 원산지마다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데, 세부내용은 정부(INAO)에서 관리한다.
*.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
*. INAO(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 프랑스 전국 원산지 명칭 관리 위원회
그래서 품질 관리와 무슨 관련이 있나?
AOC의 목적은 특정 지역이나 산지를 사칭하는 가짜 와인을 걸러내는 데 있으니까. 19세기 후반 즈음, 프랑스에 병충해가 퍼져 제대로 된 와인 공급이 부족해졌다. 이에 와인의 가격이 올랐고 원산지를 속이는 와인들도 시중에 나타났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였다. 특정 산지의 이름에 대한 사용권이 보호받지 못했고 가짜 와인을 그 가치 이상의 값을 지불하고 사게 되었으니까. 나라가 나서서 훌륭한 원산지를 인증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생산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 와인 품질 관리에도 힘써왔다. 라벨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와인을 만들어 온 셈이다.
프랑스 와인 고를 때 알아두면 좋은 세 가지
1. AOC: 가장 높은 등급의 와인으로 지리적 위치, 포도, 양조 및 숙성 과정 등에서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된다. 원산지 명칭, 빈티지, 알코올 도수, 용량 등이 라벨에 표기된다.
2. VIN DE PAYS: 지역 등급 와인(IGP)으로 AOC에 비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지역 명칭이나 포도밭 등 구체적으로 원산지 명칭을 사용하는 AOC와 달리 큰 지방의 이름만 명시된다. 라벨을 통해 원산지, 포도 품종, 빈티지, 알코올 도수, 용량 등을 알 수 있다.
3. VIN DE TABLE: 지역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테이블 와인이다. 최소한의 규제로 만들어지는 기본 등급의 와인이나 다름없다. 포도 품종과 알코올 도수, 용량 정도만 라벨에 기재된다.
좋은 점만 있을까?
아쉬운 점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또한 라벨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특히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라벨만 보고 어떤 제품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최상급의 와인일수록 라벨은 친절하지 않으니까. 원산지마다 사용 가능한 포도 품종과 양조 방식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좋은 와인들은 포도 품종을 라벨에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AOC에 의해 원산지가 곧 포도 품종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건데, 신대륙 와인에 비해 이해하기 어려운 라벨은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해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프랑스 와인이 있다면?
론 밸리의 시라. 호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시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지만 원조는 프랑스다. 특히 시라를 집중적으로 만드는 론 밸리의 북쪽의 시라 와인은 다소 높은 타닌과 새콤한 과일 향의 조합으로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이다. 레드 와인이라면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흙냄새랑 꽃향기가 더해진 풍미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에디터 이순민 I 사진출처 F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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