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과 서촌에 위치한 양말 가게 삭스타즈(SOCKSTAZ)는 2011년 오픈해 국내 최초 양말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가게 안은 형형색색 그래픽 가득한 화려한 양말부터 무난하고 탄탄한 기본 양말까지 그야말로 ‘양말 천국’이다. 생전 처음 보는 다채로운 양말을 구경하다 보면, 시각적인 자극 사이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피어오른다.
삭스타즈는 온라인 숍도 운영 중이다. 홈페이지에서 판매 제품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빼곡한 ‘글’. 제품 하나 더 내걸기도 부족했을 공간을 에디터들에게 할애했고, 그들의 글은 발을 보드랍게 감싸주는 양말처럼 가슴 한 켠 어딘가를 포근하게 한다. 아마도 양말 앞에서 선물할 사람을 떠올렸던 마음과 비슷한 마음으로 써 내렸으리라 짐작하며, 양말을 ‘쉽지 않은 일상 속 작은 행복의 순간’이라고 말하는 성태민 삭스타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삭스타즈 청담점.
브랜더쿠. ‘양말’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성태민 대표. 퇴사 후 여행하다 우연히 양말 가게들을 보게 됐다. 한국에는 이런 가게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창업까지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외국 문화를 조금 늦게 따라갈 때였고, 성장기에 있는 나라였기 때문에 계속 성장하리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리고 자본이 많이 없기도 했다.
고가의 양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있다. 판매 중인 제품 중에는 한 켤레에 3천~4천 원 짜리도 있지만 5만원이 넘는 양말도 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예를 들어, 제품력이나 유명세 등이 높은 브랜드의 티셔츠를 사려면 4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코트나 신발은 말할 것도 없이 수백만 원이다. 하지만 양말은? 글로벌 탑티어 제품을 신는데 3만~5만 원이면 된다. 그렇기에 작지만 큰 행복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성비 좋게 느껴진다(웃음). 본인도 양말로 인해 행복을 느낀 순간이 있었는가?
솔직히 말하면 원래 양말애호인은 아니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적이 있는데, 우연히 발을 보니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있더라. 멋 부리려고 의도한 게 아니라 그냥 정신없어서 그런 거였다. 덕분에 크게 웃었다. 그 순간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손님들께 ‘나를 위한 양말을 사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양말을 ‘좋은 양말’이라고 정의해 판매하고 있는가?
디자인도 많이 신경 쓰는 편이지만, 처음 신었을 때의 착용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말은 전체의 느낌을 관장하고 겉으로 보이는 겉실과 살에 닿는 속실이 있다. 좋은 속실과 그렇지 않은 양말은 차이가 크게 난다. 살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임과 동시에, 전체 제품의 텐션을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발을 잘 감싸주면서 적절한 조임이 있는 소재여야 좋다.
입점 브랜드는 어떻게 선택하는가?
사실 판매가 잘될까 하는 고민은 딱히 하지 않는 편이다.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다면 우선 팔로우하고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몇 시즌 정도 보면서 브랜드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생각들을 수집한다. 그러다 메일을 보내거나 쇼케이스에 참여해 직접 만나곤 한다.
양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소재의 선택 등 여러 기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개선 의지’다. 작은 분야지만 매 시즌 새로운 도전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많이 지켜본다. 작년에 입점한 ‘스웨디시 스타킹(SWEDISH STKCINGS)’의 경우에는 최근 아무리 긁어도 고가 나가지 않는 특수 스타킹을 만들었다. 이런 시도가 중요한 포인트다.
5년 동안 컨택한 브랜드도 있었다. 제갈량의 삼고초려도 이렇지는 않았을 텐데…(웃음). 해당 브랜드 대표가 매우 신중한 편이라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두드렸고 그 기간 동안 삭스타즈도 많이 성장해서 결국 현재는 메인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성태민 대표가 5년 동안 컨택했던 브랜드 '한셀 프롬 바젤(HANSEL FROM BASEL)'
입점 브랜드 중 해외 브랜드가 많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이 분야에서 이탈리아, 영국, 일본이 강하다. 영국은 양말 산업의 종주국이기도 하고, 이탈리아는 정부에서 섬유 사업을 많이 밀었기도 해서 스타킹 산업의 세계 최강국이다. 일본은 이 둘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던 나라고 장인 정신도 매우 강하다. 다만 지금은 일본 섬유제조업이 매우 어려운 상태다. 최근 중국이나 한국산이 좋아진 영향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혹은 직원들이 유달리 아끼는 브랜드가 있다면?
일본 브랜드 ‘니시구치 쿠츠시타(NISHIGUCHI KUTSUSHITA)’가 떠오른다. 1950년대 창업해 현재는 3대째 운영하는 브랜드다. 일본 브랜드인 것을 떠나서 양말 장수 입장에서는 일 처리가 가장 완벽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받아보면 도매임에도 소매 포장에 비할 바 없이 정말 정성스럽게 포장돼 오고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수량이나 컬러를 잘못 보내는 오류가 없었다.
일본의 양말 브랜드 니시구치 쿠츠시타(NISHIGUCHI KUTSUSHITA).
국내 소비자들의 양말 소비 패턴 변화도 있나.
생필품에서 패션 아이템, 혹은 아트 피스로까지 생각하는 분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같은 브랜드 양말 취급자들은 이런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내 패션 문화가 유행만 따라가는 게 아닌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소위 ‘핵 개인 사회’가 펼쳐지면서 양말 같은 곳에도 소비를 좀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홈페이지에도 에디터들의 글이 많고 뉴스레터 ‘삭스레터’도 발행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콘텐츠를 만들게 된 이유는 지극히 경영 관점에서다. 퍼포먼스와 MD 중심으로 마케팅하던 커머스에서 콘텐츠와 에디터 중심의 커머스로 변화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실험에 들어갔고 현재 그 과정 중에 있다.
아직은 이 일이 우리 브랜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와닿지는 않는다. 실제로 기존 업무의 비중이 줄어들거나 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분명히 필요한 일이고 퍼포먼스와는 다르게 아카이빙이 확실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이 커질 거라고 믿는다.
삭스타즈는 뉴스레터 '삭스레터'를 2주에 한번 수요일 저녁에 발송하고 있다.
문인이나 에디터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디렉팅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업무도 부담이 된다. 여러 필진과 상의해 가며 우리만의 톤과 매너를 만들어가고 있고, 즐겁다. 쳇바퀴 돌리듯 소싱하고 판매하고를 반복했었는데, 콘텐츠 생산의 경우는 결이 전혀 달라 매일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제품과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살다 보면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큰 행복을 좇지 않더라도, 매일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곧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이 막대한 꿈이나 성공, 안락한 노후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하지만 삶 자체가 불행투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행복한 ‘순간’을 위한 본인만의 장치를 늘리면 좋겠다. 양말은 우리가 건네는 그 작은 순간 중 하나이다. 쉽지 않은 삶에 행복의 빈도를 올려주고 싶다.
에디터 지희수ㅣ사진 출처 삭스타즈·HANSEL FROM BASEL·NISHIGUCHI KUTSUSH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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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있는 삭스타즈 청담점.
브랜더쿠. ‘양말’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성태민 대표. 퇴사 후 여행하다 우연히 양말 가게들을 보게 됐다. 한국에는 이런 가게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창업까지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외국 문화를 조금 늦게 따라갈 때였고, 성장기에 있는 나라였기 때문에 계속 성장하리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리고 자본이 많이 없기도 했다.
고가의 양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있다. 판매 중인 제품 중에는 한 켤레에 3천~4천 원 짜리도 있지만 5만원이 넘는 양말도 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예를 들어, 제품력이나 유명세 등이 높은 브랜드의 티셔츠를 사려면 4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코트나 신발은 말할 것도 없이 수백만 원이다. 하지만 양말은? 글로벌 탑티어 제품을 신는데 3만~5만 원이면 된다. 그렇기에 작지만 큰 행복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성비 좋게 느껴진다(웃음). 본인도 양말로 인해 행복을 느낀 순간이 있었는가?
솔직히 말하면 원래 양말애호인은 아니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적이 있는데, 우연히 발을 보니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있더라. 멋 부리려고 의도한 게 아니라 그냥 정신없어서 그런 거였다. 덕분에 크게 웃었다. 그 순간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손님들께 ‘나를 위한 양말을 사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양말을 ‘좋은 양말’이라고 정의해 판매하고 있는가?
디자인도 많이 신경 쓰는 편이지만, 처음 신었을 때의 착용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말은 전체의 느낌을 관장하고 겉으로 보이는 겉실과 살에 닿는 속실이 있다. 좋은 속실과 그렇지 않은 양말은 차이가 크게 난다. 살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임과 동시에, 전체 제품의 텐션을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발을 잘 감싸주면서 적절한 조임이 있는 소재여야 좋다.
입점 브랜드는 어떻게 선택하는가?
사실 판매가 잘될까 하는 고민은 딱히 하지 않는 편이다.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다면 우선 팔로우하고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몇 시즌 정도 보면서 브랜드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생각들을 수집한다. 그러다 메일을 보내거나 쇼케이스에 참여해 직접 만나곤 한다.
양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소재의 선택 등 여러 기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개선 의지’다. 작은 분야지만 매 시즌 새로운 도전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많이 지켜본다. 작년에 입점한 ‘스웨디시 스타킹(SWEDISH STKCINGS)’의 경우에는 최근 아무리 긁어도 고가 나가지 않는 특수 스타킹을 만들었다. 이런 시도가 중요한 포인트다.
5년 동안 컨택한 브랜드도 있었다. 제갈량의 삼고초려도 이렇지는 않았을 텐데…(웃음). 해당 브랜드 대표가 매우 신중한 편이라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두드렸고 그 기간 동안 삭스타즈도 많이 성장해서 결국 현재는 메인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성태민 대표가 5년 동안 컨택했던 브랜드 '한셀 프롬 바젤(HANSEL FROM BASEL)'
입점 브랜드 중 해외 브랜드가 많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이 분야에서 이탈리아, 영국, 일본이 강하다. 영국은 양말 산업의 종주국이기도 하고, 이탈리아는 정부에서 섬유 사업을 많이 밀었기도 해서 스타킹 산업의 세계 최강국이다. 일본은 이 둘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던 나라고 장인 정신도 매우 강하다. 다만 지금은 일본 섬유제조업이 매우 어려운 상태다. 최근 중국이나 한국산이 좋아진 영향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혹은 직원들이 유달리 아끼는 브랜드가 있다면?
일본 브랜드 ‘니시구치 쿠츠시타(NISHIGUCHI KUTSUSHITA)’가 떠오른다. 1950년대 창업해 현재는 3대째 운영하는 브랜드다. 일본 브랜드인 것을 떠나서 양말 장수 입장에서는 일 처리가 가장 완벽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받아보면 도매임에도 소매 포장에 비할 바 없이 정말 정성스럽게 포장돼 오고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수량이나 컬러를 잘못 보내는 오류가 없었다.
일본의 양말 브랜드 니시구치 쿠츠시타(NISHIGUCHI KUTSUSHITA).
국내 소비자들의 양말 소비 패턴 변화도 있나.
생필품에서 패션 아이템, 혹은 아트 피스로까지 생각하는 분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같은 브랜드 양말 취급자들은 이런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내 패션 문화가 유행만 따라가는 게 아닌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소위 ‘핵 개인 사회’가 펼쳐지면서 양말 같은 곳에도 소비를 좀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홈페이지에도 에디터들의 글이 많고 뉴스레터 ‘삭스레터’도 발행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콘텐츠를 만들게 된 이유는 지극히 경영 관점에서다. 퍼포먼스와 MD 중심으로 마케팅하던 커머스에서 콘텐츠와 에디터 중심의 커머스로 변화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실험에 들어갔고 현재 그 과정 중에 있다.
아직은 이 일이 우리 브랜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와닿지는 않는다. 실제로 기존 업무의 비중이 줄어들거나 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분명히 필요한 일이고 퍼포먼스와는 다르게 아카이빙이 확실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이 커질 거라고 믿는다.
삭스타즈는 뉴스레터 '삭스레터'를 2주에 한번 수요일 저녁에 발송하고 있다.
문인이나 에디터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디렉팅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업무도 부담이 된다. 여러 필진과 상의해 가며 우리만의 톤과 매너를 만들어가고 있고, 즐겁다. 쳇바퀴 돌리듯 소싱하고 판매하고를 반복했었는데, 콘텐츠 생산의 경우는 결이 전혀 달라 매일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제품과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살다 보면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큰 행복을 좇지 않더라도, 매일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곧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이 막대한 꿈이나 성공, 안락한 노후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하지만 삶 자체가 불행투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행복한 ‘순간’을 위한 본인만의 장치를 늘리면 좋겠다. 양말은 우리가 건네는 그 작은 순간 중 하나이다. 쉽지 않은 삶에 행복의 빈도를 올려주고 싶다.
에디터 지희수ㅣ사진 출처 삭스타즈·HANSEL FROM BASEL·NISHIGUCHI KUTSUSH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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