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지도와 경품' 없이도 성공하는 팝업스토어의 공통점

2024-03-07

요즘 성수동을 걷다 보면 따라 잡기 벅찰 정도로 새로운 팝업스토어들을 자주 목격한다. 실제 팝업스토어 밀집 상권으로 불리는 성수동 연무장길에선 월평균 1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연남동, 가로수길 등 서울의 다른 핫플레이스에서도 팝업스토어가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일각에선 국내 팝업스토어 시장이 양적으로만 성장했을뿐 질적으론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4년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맨트앤코를 창업한 후, 팝업스토어 기획 서비스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이하 렌트)'를 운영해 온 팝업 덕후 최원석 대표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판촉'에만 목적을 둔 곳이 많아졌다"고 꼬집는다. 방문객에게 브랜드 메시지를 공유하기 보단, 현장 방문객 수 또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경품을 퍼주는 무의미한 팝업이 늘었다는 것.

그는 브랜드 메시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팝업에서 제대로 공유했는지 데이터로 검증하는 과정 없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건 비용 낭비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최 대표를 만나 팝업스토어 열풍 속에서 '마케터가 알아야 할 올바른 팝업 기획 및 운영 방식'에 대해 물었다.


🔍최원석 필라맨트앤코 대표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유행시킨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LG전자에서 모바일 디자인을, 현대카드에서 브랜드 관련 디자인 기획을 담당했고, 2018년 성수동 공실을 장기간 임차해 팝업스토어를 기획 및 운영하는 서비스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선보였다.

그간 현대자동차, 롯데월드, 매일유업 등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지난해 12월 기준 약 250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렌트는 올해 1월 기준 성수동 및 역삼동에서 총 7개의 팝업 전용 공간을 운영 중이다.


프로젝트 렌트가 자사 전용 공간에서 기획한 팝업스토어 예시



브랜더쿠. 커뮤니케이션형과 판촉형 팝업스토어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최원석 대표. 팝업 내부의 모든 콘텐츠가 '일관된 메시지'를 공유하는지가 관건이다. 커뮤니케이션형 팝업에는 브랜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제품, 전시물, 체험 부스 등이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킴으로써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팝업 내부 코너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내포하면 방문객은 톤앤드매너와 존재 이유가 확실한 공간으로 여긴다. 이런 경우 고객 인식 속에서 일부 코너가 'B' 점수를 받아도, 공간 전체의 점수는 'A'를 받을 수 있다.

한편 판촉형 팝업에선 브랜드 메시지를 알리는 내부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 애초에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대부분 방문객 및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형식적인 이벤트로 갖가지 경품을 증정할 뿐이다.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면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를 모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혜택만 노리고 방문하는 체리피커일 확률이 높다. 1만 명이 몰린다고 해도 대다수가 팝업을 나오는 즉시 경품을 받기 위해 올렸던 SNS 게시물을 삭제하고 더 이상 브랜드에 관심 갖지 않는 일회성 손님으로 그치고 만다. 이는 소통 채널로서 팝업스토어의 가치를 절반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 없다.

최원석 필라맨트앤코 대표



통상적으로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팝업을 연다. '메시지 공유'보단 제품 전시에 주력할 수밖에 없지 않나?

단순히 제품을 힙하게 진열한다고 해서 기억되진 않는다. 오히려 제품의 메시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소비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2021년 2월 렌트가 성수동에서 공개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팝업스토어 '스튜디오 I'가 대표적이다. 당시 아이오닉 5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전기차'라는 포지셔닝을 원했다. 일반적인 자동차 쇼룸처럼 꾸며서는 이 같은 이미지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차량과 현대차 로고를 아예 빼고 아이오닉 5처럼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갖가지 아이템과 체험 부스로 채웠다. 특히 아이오닉의 블루 포인트 컬러를 더한 업사이클링 가방 전시 코너와 세제 및 샴푸 리필 스테이션이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현장 직원들은 방문객들에게 아이오닉 로고가 각인된 안내용 리플렛을 보며 팝업을 둘러보도록 권했다. 내부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방법 중에 아이오닉 5도 있다'는 메시지를 이해하게끔 하려는 시도였다. 스튜디오 I의 일평균 방문자 수는 5000명을 넘어섰고, 현장에서 리플렛 속 아이오닉의 뜻을 묻는 고객도 많았다.

제품 홍보용 팝업스토어를 기획한다고 해서 '상품 전시'로만 사고를 좁혀선 안 된다.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을 감추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자동차 쇼룸처럼 기획하지 않은 스튜디오 I



확고한 메시지와 이를 전하는 장치들만 갖춘다면 대규모 팝업이 아니어도 무방한가?

요즘엔 유명 브랜드가 건물을 통째로 빌려서 '블록버스터급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는 추세지만, 사실 브랜드 인지도와 공간 규모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화려한 스케일로 쉽게 이목을 끈다 해도 내부 콘텐츠가 부실하면 오히려 더 큰 반감을 야기할 뿐이다.

최초 방문객들의 재방문까지 유도하려면 팝업스토어의 최소 운영 기간은 2주, 대규모 공간일 땐 4주까지는 운영해야 한다. 여기서 매장 규모, 즉 하드웨어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간은 길어봤자 3주다. 재밌고 이색적인 소프트웨어로 입소문 나지 않으면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급격히 식을 수밖에 없다.

2022년 10월 성수동에서 매일유업의 식물성 음료인 '어메이징 오트'의 팝업스토어 '어메이징 오트 카페'를 운영했을 때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식물성 음료도 맛있고 지속 가능한 식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어메이징 오트를 활용한 디저트 코너 및 쿠킹 클래스를 선보였다. 오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카페 중앙에 미니 귀리밭을 조성하고, 테이블마다 귀리 화분을 비치하는 등 시각적인 콘텐츠 구성에도 주력했다.

귀리 밭과 어메이징 오트 디저트 코너로 꾸며진 어메이징 오트 카페



예상과 달리 오픈 후 2주 동안 일 방문자 수가 처참했다. 기대치보다 현저히 낮은 200명대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해결책을 고민하던 무렵 3주 차부터 일 방문자 수가 700명대로 회복했고, 마지막 4주 차엔 1000명을 넘어섰다. 조사 결과, 1~2주 차 방문객들의 긍정적인 후기가 공간이 입소문 나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성수동에서 유명 F&B 기업들의 대형 팝업스토어가 열렸음에도 3~4주 차 주간 검색량 기준 어메이징 오트 카페가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팝업이 흥행하려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체감한 사례였다.

이런 전략은 팝업스토어의 최종 목표가 'Valuable Perception(가치 있다는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란 점과도 귀결된다. 소비자들이 팝업스토어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즐기면서 그 공간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규모 팝업스토어일지라도 특정 메시지에 맞춰 밀도 있게 내부 콘텐츠를 구성하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프로젝트 렌트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팝업스토어가 주로 20대에게 인기인 만큼, 브랜드 메시지를 MZ세대에게 맞춰야만 할까?

무조건 MZ세대를 타기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젊은 층과 친하지 않던 브랜드가 팝업에서만큼은 친해지겠다며 대규모로 투자하는 건 역효과를 낼뿐이다. 기존 고객층이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즐길거리를 더하면 어차피 20대가 가장 먼저 방문한다.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여가 시간이 많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수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색적이고 재밌는데 메시지까지 분명한 공간은 그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대가 방문하고 입소문을 내야만 다른 연령대 고객들도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층이 재밌다고 인정한 공간'이란 타이틀은 곧 확실한 보증수표가 된다. 일반적으로 3040대를 겨냥한 팝업스토어도 20대가 SNS에 재밌는 공간이라고 후기를 올려야 3040대에게 알려지는 편이다.


*향후 2편에서는 팝업스토어에서 수집해야 하는 데이터측정 방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에디터 이한규ㅣ사진 출처 프로젝트 렌트·매일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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