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 수'는 팝업스토어의 성공 지표가 될 수 없다?

2024-03-13

팝업스토어 기획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창업한 팝업 덕후 최원석 대표와 함께 지난 1편에서는 '팝업스토어 기획 노하우'를 살펴봤다.

꼼꼼히 기획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운영할 차례! 이번 2편에서는 올바른 '팝업스토어 운영 노하우'를 준비했다. 최 대표는 팝업 메시지에 대한 방문객들의 공감 여부를 데이터로 측정하지 않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강조한다. 단편적으로 '방문객 수'만을 기준 삼아 팝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보단, 방문객 중에 브랜드 메시지에 공감한 이가 얼마나 많은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AI 카메라와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팝업 내부에서 데이터를 모은다. 최 대표를 만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기반한 올바른 팝업스토어 운영 방식에 대해 물었다.


🔍최원석 필라맨트앤코 대표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유행시킨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LG전자에서 모바일 디자인을, 현대카드에서 브랜드 관련 디자인 기획을 담당했고, 2018년 성수동 공실을 장기간 임차해 팝업스토어를 기획 및 운영하는 서비스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선보였다.

그간 현대자동차, 롯데월드, 매일유업 등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지난해 12월 기준 약 250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렌트는 올해 1월 기준 성수동 및 역삼동에서 총 7개의 팝업 전용 공간을 운영 중이다.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가 기획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롯데웰푸드 가나초콜릿의 팝업스토어



브랜더쿠. 팝업스토어에서 어떤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나?

최원석 대표.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로 구분할 수 있다. 정량적 지표는 소비자들을 얼마나 주목시키고 몰입시켰는지를 수치화한 값이다. 방문객 수, 체류 시간, 매출 전환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정량적 지표를 고려하지 않고 방문객 수 자체만으로 팝업스토어 성공 여부를 논해선 안 된다. 아무리 방문객 수가 많아도 체류 시간과 매출 전환율이 저조하면 공간을 잘못 기획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방문객 1만 명'이라고 하면 엄청난 성과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1만 명 중에 팝업 내부의 콘텐츠를 즐기며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다. 이는 렌트가 팝업스토어 출입문 쪽에 AI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객 수와 체류 시간을 동시에 측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매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얼굴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별과 대략적인 연령대, 체류 시간 등을 분석한다.

한편 정량적 지표의 핵심 요소는 '구매 전환율'이다. 팝업스토어에 대한 고객 만족도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볍게 둘러볼 때보다 구매할 때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현장에서 무분별한 판촉형 이벤트를 전개하지 않았음에도 구매 전환율이 높다는 건 곧 방문객들이 팝업에 만족했다는 의미다.

정성적 지표는 팝업스토어의 메시지가 잘 공유됐는지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다. AI 카메라 등 장비를 활용해 자체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와 달리 정성적 지표는 설문조사로 확보해야 한다. 렌트가 설문조사에 포함하는 필수 문항은 다음과 같다.

✅ A 브랜드가 팝업스토어 메시지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 이번 경험을 통해 A 브랜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나?
✅ 지인들에게 해당 공간을 입소문 내고 싶은가?
✅ 다른 팝업스토어에 비해 색다른 점(유니크 포인트)이 많았나?


평균적으로 유니크 포인트가 많다고 응답한 방문객일수록 입소문을 낼 의향도 높은 편이다. 여기서 유니크 포인트는 포토존이 아닌 브랜드 메시지를 경험할 수 있는 코너다. 흔히 팝업스토어라고 하면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존이 여러 군데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지양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대놓고 꾸며진 포토존보다 브랜드 메시지가 잘 녹아든 공간에서 더 자주 사진을 찍는다. 후기를 올릴 때 공간이 좋았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서다. 대중이 팝업에서 원하는 건 맥락 없이 예쁜 배경이 아닌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이야기'다.

렌트가 팝업스토어에서 수집하는 정성적 지표 예시



팝업스토어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후속 팝업을 기획할 때도 도움이 되나?

동일한 브랜드의 후속 팝업스토어를 기획할 때 훌륭한 참고자료가 된다. 롯데웰푸드의 팝업스토어 '가나초콜릿하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가나초콜릿하우스의 목표는 주로 피곤하고 당 떨어질 때 사 먹는 간식처럼 인식되던 가나초콜릿을 프리미엄 디저트로 포지셔닝하는 것이었다. 이에 맞춰 가나초콜릿을 디저트로 즐길 수 있는 미식 경험을 설계했다. 유명 셰프들이 가나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를 선보였고, 갖가지 초콜릿 디저트를 맛보는 페어링 코스 프로그램과 직접 초콜릿을 만드는 클래스도 운영했다.

고객 만족도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가나초콜릿을 프리미엄 디저트로 즐기는 경험을 낯설어 하지 않았다. 6주 동안 2만여 명이 방문했고 평균 체류 시간은 60~90분에 달했다. 이렇게 얻은 긍정적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2월 부산 진구 전포동에 가나초콜릿하우스 시즌 2를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가나초콜릿의 프리미엄 디저트 이미지 강화'를 목표로 위스키 페어링 바를 열었다. 가나초콜릿 디저트 위스키 페어링 코스를 사전 예약제로 운영했는데, 매 회차가 예약 오픈과 동시에 빠르게 마감됐다.

가나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와 위스키 페어링 코스를 선보인 가나초콜릿하우스 팝업스토어



이처럼 팝업스토어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음에도 체계적으로 현장 고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노력 없이 무료 경품으로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만 힘을 쏟는 건 사은품 증정 행사와 다를 바 없다. 물론 팝업스토어에서 설문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땐 팝업스토어 메시지와 어울리는 경품을 증정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정성적 데이터 확보용 설문 조사를 구성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응답자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선에서 문항을 구체화해야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항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Q. 팝업스토어의 어떤 부분에서 브랜드 메시지가 잘 느껴지셨나요?
✨ 인테리어
🎉 SNS 이벤트
🙌 친절한 서비스


거의 모든 고객이 질문의 답으로 인테리어를 선택했을거다. '인테리어'라는 단어를 자신이 만족한 공간의 톤앤드매너와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인상깊었던 내부 콘텐츠들을 통칭할 수 있는 표현으로 인식하는 거다.

기업이 이 설문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역시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가 필요하다'고 착각하며 이후 팝업스토어를 기획할 때 공간 비주얼에만 대대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의 오류를 방지하려면 인테리어를 진열 제품, A 체험 코너, B 체험 코너 등으로 적절히 세분화해야 한다. 렌트 역시 이전 조사 결과와 프로젝트 성향에 맞춰 주기적으로 문항을 수정하고 있다.


렌트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다수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방문객 수가 많아야 하는 만큼, 무조건 핫한 상권에 입점해야 할 듯하다.

접근성이 낮은 곳에 위치해도 재밌다고 입소문 나면 찾아오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성수동, 연남동, 가로수길 등 핫한 상권에 매주 팝업스토어가 쏟아지는 시대에는 비인기 상권이 더 유리한 무대일 수 있다. 외진 곳에 자리한 맛집이 오히려 희소한 로컬 콘텐츠로 주목받는 시대다. 이 원리는 팝업스토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얼마나 핫한 곳에서 오픈할지보단 얼마나 재밌게 기획하는지가 관건이다.


팝업스토어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앞으로도 브랜딩 채널로서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온라인 채널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브랜드에 몰입하는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채널 중 장기간 운영해야 하는 상설 매장에 비해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도 브랜드들의 수요가 높을 거다.

이미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나의 인기 상품으로 팝업이 자리매김했다. 성수동 거리만 봐도 '팝업스토어 문의' 플래카드를 내건 공실이 늘었다. 유휴 공간이 급증함에 따라 상권을 부흥시킬 만한 인기 콘텐츠를 원하는 건물주가 늘었고, 단기간에 건물 주목도를 높여주는 팝업스토어에 자연스레 이들의 관심이 쏠린 것.

브랜드와 건물주 측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지금보다 더 빠른 주기로 팝업스토어가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팝업스토어가 유행처럼 번질수록 명확한 '메시지'와 이에 맞는 '콘텐츠'를 갖춘 팝업만이 소비자의 관심을 받게 될 거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목표 의식 없이 방문객 수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형식적으로 기획하는 공간들은 더이상 주목받을 수 없다.



에디터 이한규ㅣ사진 출처 프로젝트 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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