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거른 술, 막걸리는 낮은 가격과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접근성 덕에 서민의 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막걸리=싸구려 술’이라는 인식 또한 당연해졌다.
그렇다면 어쩌다 막걸리는 저렴한 술이 된 것일까.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960년대 *양곡관리법을 근간으로 막걸리를 쌀로 빚지 못하자 비교적 저렴한 밀로 빚은 막걸리가 시중에 대거 판매됐다.
*양곡관리법: 양곡의 수급 조절과 가격 유지를 통해 국민 식량 확보와 국민경제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이후 쌀 자급률이 안정화되는 듯했으나 1980년에 들어 또 한 번 위기를 맞는다. 그해 여름 냉해로 인해 최악의 대흉년이 찾아온 것. 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자 정부는 부족한 쌀 확보를 위해 방대한 양의 수입 쌀을 들여온다.
넘쳐나는 수입 쌀을 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쌀을 밥상용이 아닌 가공용으로 사용하게끔 하자 저가 가공 쌀을 사용한 막걸리가 만연했고, 더불어 2000년대 초까지 시행했던 막걸리 도수 제한 제도로 자연스레 저렴한 가격대에 머물렀다. 막걸리의 도수가 높아지기 위해선 물 첨가량을 줄이고 발효시킨 원액의 형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낮은 도수일수록 물의 양은 많이, 원액의 양은 적게 들어가니 가격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는 것. 이후 계속해서 비슷한 맛과 도수에 한정된 제품들이 팽배해지다 보니 막걸리는 싸구려 술이라는 인식은 완전히 굳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층 사이에서 이른바 ‘막걸리 열풍’이 불며 MZ세대를 겨냥한 프리미엄 막걸리가 여럿 출시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살려 독특한 부재료, 눈을 사로잡는 패키지, 정성이 깃든 레시피까지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막걸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는 요즘, 10만 원을 웃도는 프리미엄 막걸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막걸리는 싸구려 술이라고? 이젠 천만의 말씀이다. 아직도 막걸리 하면 장수와 지평생만 떠올리는 당신에게 사연 있는 프리미엄 고오급 막걸리를 소개한다. 물론 이번에도 13년째 취해있는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와 함께.
1. 초록섬 / 12도
연잎이 들어간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세련된 느낌의 산미가 살짝 느껴지고 쌀이 들어가 천천히 은근하게 올라오는 단맛이 있다. 막걸리의 단맛과 시큼털털한 맛을 아주 고급스럽게 승화시킨 맛. 한국전통연구소의 전 교육팀장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출신이 빚은 탁주로 고수의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소량으로 정성 들여 긴 시간을 빚어내 구하기가 어려워 프리미엄 막걸리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마니아들만 찾는 ‘힙’한 술이라고.
가격 | 소매가 35,000원 (백곰가 55,000원) |
원재료 | 정제수, 찹쌀, 멥쌀, 누룩, 연잎 |
백곰이 추천하는 안주 | 알배기가자미구이 풍성하고 진한 알과 담백한 흰살 생선은 산미가 느껴지는 초록섬과의 다채로운 페어링을 선사할 것. |
2. 일엽편주 탁주
<어부가>로 알려진 농암 이현보의 종택, 농암종택 양조장에서 전통 누룩을 이용해 17대 종부의 손으로 직접 빚어낸 술이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대표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품. 그만큼 클래식한 전통주의 맛을 띄면서 누룩 향과 단맛이 강하다.
프리미엄 막걸리일수록 전통적인 방법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쌀 첨가량이 많아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해당 술은 의도적으로 단맛을 덜 나게끔 해 전체적으로 단맛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드라이하진 않고, 적당한 수준의 은은한 단맛이 난다. 특정 부재료 없이 쌀과 누룩, 물로만 맛을 내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 | 소매가 32,000원 (백곰가 55,000원) |
원재료 | 정제수, 찹쌀, 멥쌀, 누룩, 밀 함유 |
백곰이 추천하는 안주 | 족편 담백한 족편에 개인의 취향대로 간을 해 곁들인다면 일엽편주의 누룩 향과 단맛이 함께 어우러져 최고의 궁합을 보여줄 것. |
3. 봄비 / 9도
한라봉과 감귤껍질이 들어간 것이 특징. 부재료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듯 아주 상큼한 맛이 난다. 시작은 막걸리의 맛이 느껴지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탄산감과 함께 시트러스한 한라봉 향과 귤껍질이 어울려 깔끔하게 떨어진다. 피니쉬의 맛은 마치 호가든 맥주를, 병의 패키지는 샴페인을 연상시킨다고. 그도 그럴 것이 샴페인처럼 와이어 마개를 사용했다.
또 막걸리지만 와인처럼 드라이하고 세련된 느낌이 있다. 일반적인 막걸리와 달리 단맛을 빼고 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술들에 비해 발효 기간이 매우 길고, 소규모 양조장에서 각각의 계절에 맞는 재료를 사용해 소량으로 정성껏 빚는 만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프리미엄 막걸리.
가격 | 소매가 23,000원 (백곰가 36,000원) |
원재료 | 정제수, 찹쌀, 쌀, 누룩, 한라봉, 감귤껍질, 밀 함유 |
백곰이 추천하는 안주 | 양념치킨 시트러스한 봄비와 달콤하고 찐득한 양념이 버무려진 안주는 완벽한 상호 보완. 단짠단짠에 이은 단신단신이라고나 할까. |
4. 양지백주 / 15도
소주 한 병에 가까운 높은 도수로 원주에 가까운 술. 막걸리에 물을 첨가하지 않은 원주 상태가 향과 맛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누룩 향과 단맛이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인공감미료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쌀이 당화되는 과정에서 단맛을 극대화했다. 때문에 쌀의 온전한 단맛이 굉장히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영동 지방에서는 클래식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곳이 드물지만, 강원도 양양의 양조장에서 빚어지는 특색있는 술. 첨가제 없이 양양지역 햅쌀을 사용해 30일간의 저온 숙성을 거쳐 단맛과 신맛의 적절한 균형감을 맞췄다.
가격 | 소매가 20,000원 (백곰가 33,000원) |
원재료 | 정제수, 찹쌀, 멥쌀, 밀누룩 |
백곰이 추천하는 안주 | 가리비 구이 동해안 쪽에서 많이 나오는 짭조름한 가리비와 산뜻하면서도 달큰한 양양의 술, 양지백주 한 잔은 환상의 조화. |
에디터 방지혜| 사진 출처 요즘우리술·일엽편주·날씨양조·양양술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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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으로 정성 들여 긴 시간을 빚어내 구하기가 어려워 프리미엄 막걸리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마니아들만 찾는 ‘힙’한 술이라고.
2. 일엽편주 탁주
<어부가>로 알려진 농암 이현보의 종택, 농암종택 양조장에서 전통 누룩을 이용해 17대 종부의 손으로 직접 빚어낸 술이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대표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품. 그만큼 클래식한 전통주의 맛을 띄면서 누룩 향과 단맛이 강하다.
프리미엄 막걸리일수록 전통적인 방법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쌀 첨가량이 많아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해당 술은 의도적으로 단맛을 덜 나게끔 해 전체적으로 단맛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드라이하진 않고, 적당한 수준의 은은한 단맛이 난다. 특정 부재료 없이 쌀과 누룩, 물로만 맛을 내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3. 봄비 / 9도
한라봉과 감귤껍질이 들어간 것이 특징. 부재료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듯 아주 상큼한 맛이 난다. 시작은 막걸리의 맛이 느껴지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탄산감과 함께 시트러스한 한라봉 향과 귤껍질이 어울려 깔끔하게 떨어진다. 피니쉬의 맛은 마치 호가든 맥주를, 병의 패키지는 샴페인을 연상시킨다고. 그도 그럴 것이 샴페인처럼 와이어 마개를 사용했다.
또 막걸리지만 와인처럼 드라이하고 세련된 느낌이 있다. 일반적인 막걸리와 달리 단맛을 빼고 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술들에 비해 발효 기간이 매우 길고, 소규모 양조장에서 각각의 계절에 맞는 재료를 사용해 소량으로 정성껏 빚는 만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프리미엄 막걸리.
4. 양지백주 / 15도
소주 한 병에 가까운 높은 도수로 원주에 가까운 술. 막걸리에 물을 첨가하지 않은 원주 상태가 향과 맛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누룩 향과 단맛이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인공감미료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쌀이 당화되는 과정에서 단맛을 극대화했다. 때문에 쌀의 온전한 단맛이 굉장히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영동 지방에서는 클래식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곳이 드물지만, 강원도 양양의 양조장에서 빚어지는 특색있는 술. 첨가제 없이 양양지역 햅쌀을 사용해 30일간의 저온 숙성을 거쳐 단맛과 신맛의 적절한 균형감을 맞췄다.
에디터 방지혜| 사진 출처 요즘우리술·일엽편주·날씨양조·양양술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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